'살인적 폭염'…주말·휴일 이틀 온열질환 사망 최소 15명 달해

김선형 2023. 7. 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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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고체온 사망자 속출…지자체들 긴급대책 시행
가축도 비상…"한낮 밭일·외출 삼가고 물 자주 마셔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주말새 살인적인 폭염으로 전국에서 최소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다수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로 대부분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반도를 뒤덮은 가마솥더위가 8월 초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되며 각 지자체는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벌컥벌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발효된 31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생수를 마시고 있다. 2023.7.31 daum@yna.co.kr

밭일 나갔다가 잇따라 숨져…발견 당시 체온 높아

주말 이틀 새 경북에서는 노인 7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3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4분께 경북 경산시 자인면 교촌리에서 밭 주변 길을 걷던 60대 행인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던 그의 체온은 39.2도로 측정됐다.

그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내 숨졌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사인 미상'으로 판정했으며, 소방 당국은 정황 등에 따라 열탈진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으로 분류했다.

물놀이로 더위 탈출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지난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바닥분수 열화상 카메라 촬영.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2023.7.30 ondol@yna.co.kr

1시간여 뒤인 오후 2시 10분께는 문경시와 예천군에서 밭일을 하던 90대와 80대 각 1명이 쓰러져 사망했다.

경북에서는 하루 전날인 29일에도 문경, 김천, 상주, 경산에서 노인 4명이 폭염에 밭에 나갔다가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경남에서도 전날 오후 3시 56분께 남해군 서면의 한 밭에서 80대가, 마찬가지로 같은 날 정오께 하동군 양보면의 한 밭에서 또 다른 80대가 쓰러져 숨졌다.

29일 오후 4시께는 남해군에서 80대 여성이 밭일 도중 사망했다.

경기도 양평군 옥수수밭과 안성시 밭에서도 숨진 사례가 발생했고, 충북에서도 제천에서 농작업 중 쓰러진 주민이 숨졌다.

전북 군산에서도 70대 주민이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당국이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더위로 인적 드문 광교 호수공원 (수원=연합뉴스) 수도권 등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난 30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 호수공원 산책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7.30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5명 모두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3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73명, 추정 사망자는 지난 29일 하루 6명이다.

감시체계 운영은 지난 5월 20일부터 시작했다. 누적 온열질환자는 최근 장마가 끝난 뒤 급격히 증가했다.

[그래픽] "열 돔(Heat Dome)" 현상 (AFP=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한낮 체감온도는 대부분 지역에서 33도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뇨가 발달하며 세력을 넓힌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맑고 햇볕이 강하겠으며, 열 돔 현상까지 발생해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겠다.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폭염 비상' 걸린 지자체…국립공원 계곡 56곳 일시 출입 허용

연일 펄펄 끓는 폭염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자 지자체들과 공공기관은 비상에 걸렸다.

국립공원공단은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지리산, 가야산 국립공원 등 17개 국립공원 56개 계곡에 한해 오는 8월 31일까지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출입 구간에서는 손발 담그기와 세안 정도만 허용하며, 세탁이나 목욕, 물고기 포획 등의 행위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단속한다.

경북도는 지난 30일 독거노인, 거동 불편자 등 폭염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22개 시·군 폭염 담당과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

마을별로 가두방송과 폭염 대비 기본 수칙을 홍보해 뙤약볕 아래 고령의 노인들이 밭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계도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지정해 폭염 대응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열대야를 이기는 방법 (제주=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광장 내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줄기를 맞으며 밤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7.30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북도는 31일부터 폭염에 대비해 도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함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했다.

도내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무더위에 따른 피해 및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시스템으로, 온열질환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직접 신고하게 된다.

울산시 울주군은 에너지 취약계층 100가구에 가구당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난달 냉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계층과 복지시설 등에 냉방비 70억원을 특별 지원한 데 이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가구에 폭염 피해 예방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 등 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93억원을 투입한다.

취약 농가 2천여 곳에 폭염 대비 면역 증강제 25t을 지원하고 축종별로 안개 분무·정수 시설, 환풍기, 냉난방기, 차열 페인트 등을 보급할 방침이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더위에 취약한 닭과 오리에 대해 비타민C, 미네랄, 칼슘 등 면역 증강제 급여로 고온에 의한 스트레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엔 물놀이' (영주=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30일 오후 경북 영주시 풍기읍 풍기룰루랄라놀이터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무더위를 날리고 있다. 2023.7.30 psjpsj@yna.co.kr

폭염 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하게 지내는 건강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고,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므로 술과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도록 한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더위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고,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어린이, 노약자, 임신부 등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시원한 장소에 옮긴 뒤 물수건, 얼음, 부채 등으로 몸을 식혀주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그래픽] 여름철 건강관리 '온열질환'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장마철이 끝나고 불볕더위가 찾아오면서 더윗병에 걸린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며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최종호 장지현 임채두 박영서 송승윤 김선형 기자)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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