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 l 일병 진급한 안준호, 히어로로 진화한 정해인 ⓶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7. 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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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해인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분명 큰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유열의 음악 앨범', '봄밤' 등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던 정해인은 'D.P.'를 통해 완벽하게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잘 보여주지 않았고, 보여줬더라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던 앞선 시도들에 비해 'D.P.'에서는 남성 문화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한 번 성공하니 그 다음은 승승장구였다. 남파 공작원 캐릭터를 연기한 '설강화', 신인류 종족 커넥트를 연기한 '커넥트'를 통해 정해인의 스펙트럼은 계속해서 넓혀졌다. 그런 정해인이 다시금 'D.P.'의 안준호를 연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가 모아졌다. 

사진=넷플릭스

예상대로 정해인은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뤄냈다. 이번에는 '슈퍼히어로(?)'다. 'D.P.' 시즌2는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시즌1 말미, 조석봉(조현철)의 탈영 사건을 겪으며 다양한 심적 변화를 겪었던 안준호는 시즌2에서도 해답이 없는 의문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나간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해서 파고들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변의 만류에도 우직하게 행하는 군인이라는 안준호 캐릭터는 마치 마블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를 연상케 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다른 히어로, 심지어 조직과 대립하는 것처럼 안준호 역시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확신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은 그 길을 걸어 나간다. 

정해인은 단단하고 묵직한 연기로 이러한 안준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첫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외적인 변화다. 햇볕 아래 많인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군복 아래 숨어있던 잔근육들이 순간순간 드러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즌1에서 보여줬던 액션 연기 역시 한층 진화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 맞지 않기 위해 복싱을 배웠다는 설정의 안준호는 시즌1 당시 탈영병을 잡기 위해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시즌2에서는 확장된 세계관으로 인해 액션신의 스케일도 달라졌다. 오히려 탈영병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대일 액션신은 사실상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불법 흥신소 직원과의 추격전, 기차 안에서 다수의 수사관들과 펼치는 격투신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정해인의 액션신이 등장한다. 

/사진=넷플릭스

단순히 외적인 부분만 성장한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준호는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벌어지지만 결국은 바뀌는 것이 없는 군대라는 조직에 대한 회의감과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 안준호는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며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정해인은 이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로맨스 장르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선이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불러일으켰다면, 'D.P.'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선은 시청자들이 안준호라는 인물에 동화되고 함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시즌1 신우석의 환영에 시달렸던 안준호는 시즌2에서는 잊을 만하면 조석봉의 환영을 마주한다. 계속해서 고민하던 안준호는 마지막 2화에서 굳은 결심이 선 모양새로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간다. 초중반부 섬세한 감정연기로 시청자들이 함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정해인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우직하게 행동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이끌어낸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다소 과장된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내외적으로 단단하게 성장한 안준호를 표현하는 정해인의 모습은 슈퍼히어로물에서 보이는 진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넷플릭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부대에 복귀하는 장면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쿠키 영상에서의 모습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누군가는 군복을 벗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부대로 복귀해 여전히 변하지 않은 군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안준호는 또 다른 질문을 마음속에 새긴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정해인의 미묘한 표정 연기와 깊은 눈망울은 오랫동안 깊이 지속될 여운을 선사한다. 

아빠 군번 한호열이 전역한 안준호는 이제 전역까지 1년이 남았다. 그 기간 동안 안준호는 상병, 병장으로 계속 진급을 할 것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가슴 속에 품으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매 작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정해인 역시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하며 배우로서 끝없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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