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 등판→3B0S→헛스윙 삼진 포효' SSG 마당쇠 헌신투, 2년 전 55억 투자 틀리지 않았다
올 시즌 SSG에는 위기 상황이면 어김없이 등판하는 마당쇠 같은 투수들이 있다. 고효준(40), 노경은(39), 최민준(24) 등 이들은 선발 투수가 내려간 뒤부터 마무리 서진용(31)이 등판하는 그사이에 등판해 어떤 임무든 완수한다. 그 중에서도 문승원의 상황은 조금 특별했다. 당초 선발 투수로 분류되던 문승원이다. 2016년 선발 로테이션 진입 후 2018년부터 3년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21년 겨울에는 5년 55억 원에 KBO리그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선발 투수로서 기대했기에 나온 투자였다.
사실 불펜이 낯선 것은 아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후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도 문승원은 23경기를 모두 불펜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때는 팔꿈치 수술 후 첫 시즌이라 팔을 보호한다는 이유가 있었고 마침 불펜이 필요하기도 했다. 2023시즌에는 선발 로테이션으로 복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실제로 5월 2일 인천 KT 위즈전까지 그는 선발 투수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다음 등판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며칠 뒤 1군에서 말소돼 돌아왔을 때 그의 보직은 불펜이었다. 타이트한 경기가 많아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가 심해진다는 이유에서 김원형 SSG 감독이 직접 면담했고 문승원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선발에서 불펜, 불펜에서 선발로 시즌 중 보직을 이동하는 것은 베테랑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문승원 역시 약간의 조정기를 거친 뒤, 6월 한 달간 13경기 평균자책점 0.53으로 언터처블에 가까운 불펜 투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약간의 흔들림은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김원형 감독이 떠올리는 '믿을맨'은 여전히 문승원이었다.
30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도 그 중 하나였다. SSG가 4-1로 앞선 7회초, 먼저 등판한 고효준이 2사 1루에서 정은원과 노시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올 시즌 만루에서 타율 0.429, 14타점으로 강했던 한화의 4번 타자 채은성.
승부처에서 등판한 문승원은 포수 김민식의 리드에 따라 바깥쪽 낮은 코스를 계속해서 공략했다. 하지만 채은성도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탓에 좀처럼 속지 않았고 어느덧 3B0S의 위기에 놓였다. 공 하나에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문승원은 기어코 똑같은 코스에 슬라이더를 던져 첫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5구째는 과감하게 시속 149㎞(방송사 중계화면 기준) 직구를 질러넣어 파울을 유도했고 6구 승부를 앞두고는 로진백을 쥐었다 내려놓으며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했다. 마지막 7구째, 문승원은 또 한 번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채은성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양 팀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문승원은 주먹을 휘두르며 포효했고 채은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장비를 챙겼다. 이후에도 문승원은 8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선은 8회말 2점을 추가, 한화에 6-1 승리를 거둔 후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같은 날 승리를 거둔 1위 LG 트윈스와 격차를 2.5경기 차로 유지하면서 올 시즌 두 번째로 50승 고지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SSG는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4.54로 리그 꼴찌를 기록하는 상황에도 좀처럼 3위 밖으로 처지지 않고 있다. 그 원동력에는 생애 첫 MVP 시즌을 정조준 중인 최정의 꾸준함과 김원형 감독도 전반기 MVP로 꼽은 '노블론' 마무리 서진용의 존재가 우선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불펜 보직도 흔쾌히 받아들인 문승원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의 숨은 헌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원형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원석이가 위기는 있었지만,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 해줬다"면서 "(이)로운이도 우천 중단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잘 막아줬다. 하지만 오늘의 수훈 선수는 (문)승원이다.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주에만 4번 등판하는 등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당사자는 담담하다. 문승원은 "팀이 타이트한 상황이 많아 나뿐만 아니라 중간 투수들이 모두 맡은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자주 출전해 매일 던질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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