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현수막 공해' 막을 법이 없다…30인 초과 모임도 혼란

27일 법사위 통과 불발, 헌재 제시 시한 오늘로 마감
강서구 보궐선거 앞두고 선관위 단속 가이드라인 사라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횡단보도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자료사진) 2023.5.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다음 달 1일 부터 거리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난립해도 선거를 위해 30명이 초과하는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도 막을 법적 방법이 없어진다.

선거운동 제약을 완화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입법 공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해당 법 개정은 앞서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에 위헌 등의 판결을 내리면서 진행됐는데, 기존 조항 효력이 8월 1일부터 상실하게 된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번 법 개정은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진행됐다. 당시 헌재는 공직선거법 중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 외에 어깨띠 등의 홍보 소품의 사용을 금지한 68조와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나 홍보물 배포 금지 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로 정한 90조 및 93조 등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나 그 밖의 집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개정안은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본인 비용 부담 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규정한 규격 내의 어깨띠 등 홍보 소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현수막이나 벽보 등의 게시 금지 기간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로 줄였다.

또한 103조 3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금지한다'는 조항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법사위 논의 중 여당은 개정안이 헌재 결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103조 3항에 대해 "30명으로 끊어서 집회나 모임을 허용한다는 것이 헌재 결정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인지, 무작정 집회나 모임을 허용하자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헌재가 입법 개선 시한으로 정한 기간이 이날(31일)로 끝난다는 점이다. 다음날부턴 헌재가 위헌 및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조항들이 모두 효력을 상실한다.

기존 조항이 법적 효력을 잃은 만큼 추후 선거 운동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선거관련 집회가 난립하거나 누구나 별다른 규격 제한 없는 홍보 소품을 사용하거나 전단을 배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오는 10월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선거 운동 난립도 예상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같은 우려에 대해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운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 개정을 위해서도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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