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노조 "부산 이전, 15조 국가 손실… 강석훈 회장, 토론회 하자"

박슬기 기자 2023. 7. 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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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한국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재무적 파급효과 산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머니S
김현준 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에 공개 토론회를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김현준 노조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동 본점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지난주 산업은행 사측이 발표한 컨설팅은 대통령, 정부, 국민의힘이 정한 답을 도출하기 위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컨설팅"이라며 "양측의 컨설팅 결과가 나왔으니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올 3월부터 부산 이전 계획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용역사인 삼일PwC에 맡겼다.

산업은행은 업무상 불가피한 필수 조직(시장안정, 자금조달 등)만 여의도에 유지하고 나머지 기능은 모두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부산에 신(新)본점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1안)과 정책금융 기능을 부산 신 본점과 여의도에 병행 배치하는 '금융수요 중심형 이전'(2안) 등 두 가지 안이 제시됐데 이중 1안이 채택됐다.

김현준 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따른 기대 효과와 손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하나도 실시하지 않고 부산 이전이라는 결론만 정해놓은 알맹이 하나 없는 컨설팅에 10억원의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은 배임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월부터 부산 이전에 따른 기대효익과 기대손실 등 경제적 효과 분석 등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기관손실 7조 국가적 손실은 15.5조


한국재무학회가 진행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시 경제적 파급효과(담당자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시 10년간 7조39억원의 기관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중 수익감소는 6조5337억원, 비용증가는 4702억원으로 추산됐다. 김이나 한국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은 "수익 감소 요인에는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거래처, 기존 고객의 거래중단, 신규 형성되는 딜에서 배제, 인력 이탈로 인한 금융전문성 약화 등이 꼽힌다"며 "비용증가 요인에는 신규 사옥을 세우는데 181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고 주거공급과 정착 지원비, 퇴직금 및 인력 충원, 업무구조 재개편, 출장 지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재무학회는 국가 경제에 15조4781억원의 국가적 파급효과 손실이 예상된다고도 밝혔다. 파급효과 손실은 16조7233억원에 이르는 반면 파급효과 창출은 1조2452억원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김이나 연구원은 "부산 이전 시 동남권에 이익이 78%(9703억원) 편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 고객과 현업기관의 83.8%가 물리적 거리 등의 이유로 부산이전 반대하고 있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은 특정지역 수혜를 위해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의사결정으로 산업은행 단일 기관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금융공기업 지방 분산 정책에도 금융부문의 서울 집중현상이 심화됐다"며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없고 재정정책적 접근으로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하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공기업 분산정책 대신 지역산업 육성 연계 금융발전 방안을 수립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창업 생태계 발전에 정책금융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 주도의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으로 민간 금융기관과 관련 서비스산업의 동반 이전을 견인하지 못해 금융산업의 서울 집적화를 완화할 수 없다는 게 조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선진국 정책금융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기업의 성장과 지역 산업 인프라 구축 사업에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의 실물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금융의 적극적 역할 강화에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산업은행의 목적과 업무에 지역균형발전을 명문화하고 은행 내부에 지역성장기금(가칭)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기금은 지역의 민간 금융기관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장기 인재 자금과 위험자금 공급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적 지원을 하자는게 핵심이다.


"재무·자금부서 반대 높아"


마지막으로 조진우 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부산 이전에 대한 대내외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을 진행했다.

조 부위원장은 "본점 거래 기업, 협업기관 9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4%의 기업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재무 및 자금 부서의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은행 및 금융기관 거래를 재무 및 자금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인 각 기업별 재무 및 자금 부서 직원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부산 이전을 강행한다면, 산업은행의 기업 경영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자의 약 86%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업무 상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고도 조사됐다.

조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은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기업금융은 가계대출 대비 일시에 대출하는 금액이 수십, 수백배 크기 때문에 심사 프로세스가 훨씬 까다로워 한 번 대출이 나올 때 적게는 5~6번, 많게는 100번 이상으로 미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억, 200억 대출하는데 화상으로 몇 번 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아무리 비대면 시대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력 이탈 문제와 관련해 조 부위원장은 "돈을 빌려주고 돈을 갚는 행위에 있어서 신용과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매일 직원들이 퇴사하고 매번 담당자가 바뀌는 은행을 어떤 기업이 신뢰하고 돈을 빌릴 수 있겠냐"며 "산업은행과 거래하는 고객, 기업, 그리고 협업 기관들은 모두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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