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그 실낱희망을 좇는다고?'하겠지만..."2002년생 막내 천가람의 독일전'중꺾마'[女월드컵 현장 인터뷰]
[시드니(호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 콜린 벨호의 당찬 막내 공격수 천가람(화천 KSPO)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희망을 노래했다.
천가람은 30일(한국시각) 호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FIFA 72위)와의 2차전 후반 43분 이금민과 교체 투입됐다. 0-1로 밀리던 상황 단 한 골이 필요했지만 추가시간까지 7분의 시간은 눈깜짝할새 지나갔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천가람 역시 한 차례 슈팅까지 쏘아올리며 분투했지만 결국 한국은 0대1로 패했다.
콜롬비아전에 이은 2연패, 간절했던 16강 꿈이 멀어졌다. 이어진 경기에서 최강 독일(FIFA 2위)이 콜롬비아에 극장골을 내주며 1대2로 패하는 이변이 있었다. 콜롬비아가 최종전에서 모로코를 잡고, 한국이 독일에 5골 차로 승리하면 극적인 16강행이 가능하다는 기적의 '경우의 수'가 등장했지만 이론상 수치일 뿐 쉽지 않은 난제다. '1승1패' 조2위의 독일은 최종전에서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한국전에 사활을 걸고 나설 전망이다.
누군가의 끝은 누군가의 시작이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한국 여자축구 황금세대들이 떠나는 자리에서 천가람은 데뷔전을 치르며 '시작'을 알렸다. '2022년 KFA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천가람은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10번 에이스로 활약하며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스피드로 축구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천메시'라는 별명과 함께 벨 감독의 부름을 받아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아놀드클라크컵, 잠비아전 등 4경기에 출전한 후 이날 월드컵 데뷔전까지 치렀다. 천가람은 31일 호주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회복훈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월드컵 데뷔전은 정말 원하던 순간이었고 1분 1초가 소중했는데 패배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돼 아픈 기억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 아픔을 잊지 않고 더 준비를 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밖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몸 풀면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우리가 준비한 게 잘 안나오는 것같아 속상했다. 언니들은 얼마나 더 속상하실까 싶었다. 어느 팀이든 이 월드컵을 가볍게 준비한 팀은 없다. 우리 역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국 이 기간에 경기장에서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변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제가 막내라인이라 이 월드컵을 가벼운 마음으로 왔을 거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싶었다"는 진심을 전했다.
천가람은 월드컵 무대를 통해 세계와 현실의 벽을 새삼 실감했고, 다시 한번 도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놀드클라크컵과 A매치 통해서 많이 깨달았다. 현실의 벽에 부딪치니까 더 좋은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신에 가까워졌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조소현, 지소연, 이금민, 이영주, 윤영글 언니 등 해외에서뛴 언니들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신다. 처음 가면 텃세도 있지만 실력으로 극복했다고들 하신다.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21세에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천가람은 콜롬비아의 18세 신성 카세이도 등 각국 어린 선수들의 데뷔전 활약상을 보며 "여러 팀에 어린 친구들이 어리다고 해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에이스인 친구들도 많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저 역시 출전시간은 짧았지만 감사하고 상황이 어떻든 이 상황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어제 후반 투입되선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슈팅도 하나 있었는데 골대 위로 떠버렸다. 찰라의 순간에 신중함과 집중력을 가졌더라면 하는 후회가 됐다. 후반 막판이라 상대 체력이 떨어져서 WK리그와 템포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우리의 조급함, 초조함이 느껴졌다. 템포를 잘 유지하면서 우리 축구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2연패 끝에 만나게 된 '최강' 독일과의 최종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스물한 살의 막내 공격수는 의연하게 답했다. "2연패 했지만 독일이 콜롬비아에게 지면서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남들은 '안봐도 되는 경기다. 한국이 어떻게 이겨?' 생각하겟지만 희망이 작지만 있다는 것이 저희에겐 중요하다. 그 작은 희망을 좇아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출전시간이 주어진다면 후회없는, 부끄럽지 않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콜린 벨 감독은 이날 훈련전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20분 가까이 미팅을 가졌다. 천가람은 "감독님과 미팅하는 데 울컥했다.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결과가 어떻든 감독님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남은 사흘간 그 희망을 좇는다. 아주 작은 희망이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저걸 좇는다고?'하겠지만 우리는 4년간 그걸 좇아왔고 남은 사흘간 그걸 위해 미쳐보자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한 경기,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는 경기를 각오했다. 천가람은 "승패를 떠나서 선수들이 경기 후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캠벨타운(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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