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와 안보공약 협상 시작"…평화협상 놓고 외교전 치열
러·아프리카 정상회의…사우디 주최로는 서방·우크라 참여 협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1년반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간표 확보가 불발된 이후 미국으로부터 장기적 안전보장 약속을 받기 위한 협상을 곧 개시한다.
좀처럼 길을 트지 못하고 있는 종전 협상에 앞서 향후 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외교전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주도로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상회의가 열린 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참가하는 전쟁 종식 관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 "나토 가입前 잠정적 안보 협상 금주중 개시"
31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안드리 예르마크는 30일(이하 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한 로이터와의 소통에서 "우리는 미국과 주중 (안전보장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對)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은 미래에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치고 억지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확보하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의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미국과 논의할 안전 보장 방안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때까지 효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논의는 이달 중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주요 7개국(G7·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은 무기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강화를 돕는 데는 동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가장 바라던 나토 가입과 관련한 시기 등 로드맵은 합의하지 못했다.
나토 주요 회원국들 사이에서 전쟁이 진행중인 우크라이나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아 다자 안전보장 체제인 나토 가입 전망이 불투명해진 우크라이나가 당분간 미국을 필두로 한 각국과의 양자 안전보장 수단을 확보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나토 가입 시까지 우크라이나에 양자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데 최소 10개국이 동참했다면서 "우리는 이미 이들 파트너와 양자 협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협상 외교전…러-阿 정상회의 vs 사우디서 우크라 참여 협상
이런 가운데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국면과 평화협상 개시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외교전도 전개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명 미만의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은 27∼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재개와 우크라이나 정전 문제를 논의했지만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무상 곡물 지원 구상을 밝혔지만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상들이 무상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은 것이 아니라며 흑해를 통한 곡물 운송로 개방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탈퇴 속에 지난 17일 자정을 기해 만료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경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또 회의에서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 다른 아프리카 정상들은 국제 에너지 및 식량 공급에 혼란을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 종식을 촉구했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가 주도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이어 8월 5∼6일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참가하는 전쟁 종식 관련 국제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에 대해 이날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모든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구상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최대 30개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관련 국제회의가 제다에서 열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회의에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연합(EU),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멕시코, 칠레 등 30개국 정부 관계자가 초청받았으나 러시아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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