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보다 복무 길고 월급 적어”...육군 ROTC 첫 추가모집

2023. 7. 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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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MZ대학문화 변화 영향
경쟁률 급감...정원미달 부지기수
국방부 복무여건 개선 국정과제로
한국과 미국의 학군사관(ROTC) 후보생들이 지난 20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동반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육군학생군사학교는 8월 중 ROTC 후보생 추가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추가모집은 육군 창군이래 처음이다. [연합]

군 당국이 처우개선을 비롯해 초급간부 자존감 고양과 기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전방 경계 담당 초급장교의 70%에 달하는 육군 학군사관(ROTC) 후보생 모집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3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은 9월께 ROTC 하반기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육군이 ROTC 후보생 추가 모집에 나서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매년 낮아지던 ROTC 경쟁률은 올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5000여 명이 지원해 미달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필기평가와 신체검사, 면접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할 탈락자를 감안하면 사실상 미달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미 서울 주요대학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ROTC 지원 경쟁률은 지난 2014년만 해도 6.1대 1에 달했지만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 2021년 2.6대 1, 2022년 2.4대 1, 그리고 올해는 1.6대 1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ROTC는 육군 초급간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초급간부의 뿌리로 여겨졌고, 군 복무시기는 물론 전역 이후를 감안하더라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인구절벽에 따른 병사는 물론 초급간부 병역자원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병사 복무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 여파로 인해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2회계연도 결산분석보고서’는 국방부가 병사와 초급간부 보수를 ‘적정 수준의 차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또 병사 봉급 인상 계획뿐 아니라 군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건비 조정 계획을 수립해 국방 분야 인건비의 급격한 인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장 지난해 67만6000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올해 100만원, 2024년 125만원, 2025년 150만원 선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여기에 급여 적립으로 전역 후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내일준비지원 사업’을 통해 추가적으로 2023년 30만원, 2024년 40만원, 2025년 55만원 적립도 가능하다.

병장 월급 인상률이 20%를 웃돌게 되는 반면 소위와 하사 등 초급간부 기본급 인상률은 최근 수년 간 3~4% 수준에 그쳤다.

올해 기준 소위 1호봉 기본급은 178만5000원, 하사 1호봉 기본급은 177만1000원이다. 호봉 산정 등 변수를 제외하고 기존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2025년께 병장 월급과 초급간부 기본급 역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병 봉급 인상시 초급간부 지원 의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장교 지원 희망자의 41.5%, 부사관 지원 희망자의 23.5%가 “병 봉급이 205만원이 되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KIDA를 인용해 “초급간부 임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국방부는 이에 대한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고 전반적인 인건비 체계에 대한 고민 없이 병 봉급 인상 계획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병사 봉급이 초급간부 기본급을 상회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법령적 정의를 고려할 때 병사 봉급과 매칭지원금 합계를 초급간부 기본급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초급간부 보수 인상은 직업군인 처우 개선과 복무여건 개선 국정과제로 추진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육군 병사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반면 ROTC는 군별로 24~36개월에 달한다는 점도 ROTC 지원을 꺼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학군장교 지원율이 낮은 이유가 복무기간이 병사보다 길기 때문”이라며 “학군장교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병사 의무복무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현재 육군 기준 18개월로 단축됐지만, ROTC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28개월로 55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MZ세대 대학문화와 ROTC 문화의 괴리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ROTC로 전역한 박모(41) 씨는 “병사보다 복무기간도 길고 월급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누가 ROTC를 지원하려 하겠느냐”면서 “대학 내에서 제복을 입고 다니고, 방학 때는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등 MZ세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제도를 본 딴 육군 ROTC는 지난 1961년 6월 전국 16개 종합대학에서 창설됐으며, 현재 118개 대학 학군단에서 육해공군과 해병대 ROTC를 운영중이다.

신대원·이세진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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