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모호한 피드백이 주는 피해

2023. 7. 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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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름 없는 생일 축하 선물

어릴 적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배웠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행동이 오해와 갈등을 낳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상대에게 굳이 자신을 밝히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보이지 않는 선행을 하지만, 받은 상대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일 날 아침, 책상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고, 작고 예쁜 카드에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누가 놓은 것인지 모르는 경우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생일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이름 없는 사랑을 전한 분이 계신데, 제가 너무 부담이 됩니다. 생일날 고민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 부탁드립니다. 오늘 모두 행복하세요" 수준으로 큰 소리로 말할 것입니다. 아니면, 전체 휴게실에 음료를 두고 "말 없이 선물을 주신 분을 위해 놓았습니다" 정도로 마무리할 것입니다. 누구인지 모르면 오랜 기간 찝찝한 기분이 지속될 것입니다. 이 보다는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 놓고 나중에라도 대상을 밝히는 편이 옳지 않을까요?

다면 평가는 왜 하는가?

생일 선물과는 다른 예가 되겠지만, 많은 회사가 무기명 다면 평가를 합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점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단점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아래 직원들에게 다면 평가를 받았다면 그 결과를 인정하고 얼마나 공감할까요? 본인이 공감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도대체 왜 이렇게 답변을 했을까 매우 궁금할 것입니다. 
긍정적 내용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부정적 내용에 대해서는 민감합니다. 
무기명이면 누가 왜 이렇게 답변했을까 알 수가 없어 인사팀에 누가 했느냐를 묻거나, 팀원 한 명씩 불러 했는가를 묻는 등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팀원과 팀장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팀장이 해야 할 일과 고충을 팀원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3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과 심정을 학생 개개인이 알까요?
물론, 다면 평가의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내용을 무기명으로 적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불편사항이나 불만사항을 건의하는 ‘신문고 제도’도 무기명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신문고에 올렸겠는가 이해는 되지만, 무기명으로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떳떳하고 억울하다면 피해를 볼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무기명이라는 틀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요. 자신의 생각이 옳고, 조직과 구성원에게 이익이 된다면 반대를 무릎 쓰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에게 어떻게 피드백을 줘야 하는가?
팀장보다 나이가 많고 성격도 불 같고, 불평불만이 많은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는 A팀원이 있습니다. 
상반기 평가의 시점입니다. 잦은 분노와 화로 타 팀원들은 보이지 않게 피하는 입장이며, 인사는 하되 일은 함께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A팀원이 시키는 일을 도와는 주지만, 진심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닌 하지 않았을 때 두려움에 마지못해 합니다. A팀원에 관한 일이라면 일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한 명 받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팀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으로 A팀원과 상반기 면담을 한다면 어떻게 피드백 하겠습니까?
입장도 있고 돌려서 이야기하고 짧게 면담을 마무리하겠습니까? 아니면 개인적 애로사항을 듣고 없다면 놀라고 긴장할 만큼 강하게 질책하고 나가라고 하겠습니까?
정확하게 피드백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지금 어느 수준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바탕에서 역량을 올리고 성과를 창출하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좋은 것이 좋다’.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괜히 건드려 분위기 망칠 필요 있나” 등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조직장이 아니지요. 

조직장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조직장은 온정과 냉정을 겸비하고 전체를 봐야 합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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