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사활' 걸었던 키움, 이정후 이탈에 '도로 리빌딩'으로 선회

권혁준 기자 2023. 7. 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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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베테랑 모았으나 부상·부진 등에 몸값 못해
이정후 부상 결정타…최원태 내주고 유망주 수집 골몰
선발 투수 최원태를 LG에 넘겨준 키움. /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어느 때보다도 '우승 적기'로 여겨졌던 시즌. 하지만 '핵심 선수' 이정후(25)의 이탈에 키움 히어로즈는 결국 다시 리빌딩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키움은 지난 29일 LG 트윈스와에 투수 최원태를 넘겨주고 내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를 넘겨주는 대신 지명권을 포함한 유망주 셋을 데려오는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 트레이드다. 우승을 원하는 LG는 '현재'를, 키움은 '미래'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키움은 이전에도 이같은 방식의 트레이드를 몇 차례 단행한 역사가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팀의 상징과도 같던 '홈런왕' 박병호를 FA로 KT 위즈에 내주기도 했다. 몸값 비싼 베테랑보다는 유망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운용한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은 이정후의 해외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일 수 있는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삼았다. 이정후와 안우진, 두 기둥을 축으로 전력을 보강한다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이에 11년만에 외부 FA 영입으로 불펜투수 원종현, 외야수 이형종을 영입했고 자팀 FA 정찬헌도 붙잡았다. 시즌 중엔 트레이드로 박병호와 나이가 같은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한 뒤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베테랑을 영입하는 모습은 전에 볼 수 없던 키움의 낯선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우승에 대한 목표는 확고했다.

하지만 야심찬 '투자'가 곧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법이었다.

원종현은 부진 끝에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르게 됐고, 이형종도 2할대 초반의 타율로 부진을 이어갔다. 트레이드 직전까지 맹타를 휘두르던 이원석도 이적 이후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2할대 중반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키움 이정후.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이런 가운데 이정후의 부상이라는 '결정타'가 나왔다. 이정후는 왼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돼 잔여 정규시즌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엄청난 타격이다. 그리고 이정후가 이탈한 지 정확히 일주일만에 팀의 3선발 역할을 해주던 최원태를 트레이드했다.

키움은 "시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누가봐도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보다. 이제야 기량이 만개한 20대 선발투수를 보냈다는 점에서 비난이 들끓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키움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었다. 이정후와 함께 할 때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이정후바 빠진다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원태는 내년 시즌까지 함께 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데, 경쟁이 붙어 몸값이 올라가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는 것도 고려해야했다. 최원태의 보상선수(+보상금)와 현재 트레이드 카드로 받아올 수 있는 가치 등을 비교해야만 했다.

키움으로 이적한 이주형. (키움 제공)

최원태 트레이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주형은 유망주가 많은 LG에서도 '톱급'으로 공인받던 이다. 좋은 타격 재능을 가진데다 2001년생의 어린 나이인데 이미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2루수로 입단했지만 외야 수비도 병행해 이정후의 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여기에 이번 트레이드로 키움은 오는 9월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많은 유망주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키움은 이번 트레이드 전에도 시즌 전 포수 주효상을 보내며 KIA 타이거즈의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고, 올 시즌 이원석을 받아오면서 삼성 라이온즈의 3라운드 지명권도 가져왔다.

곧 1~3라운드 픽을 각각 2장씩 보유하면서 상위 30위 지명 중 6명에게 키움 유니폼을 입힐 수 있다.

물론 이들 중 최원태만큼의 가치를 지닌 신인을 발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키움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돌아봤고, 이전에 그랬듯 '키움다운' 방식의 대안을 마련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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