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북극 쟁탈전…중러 군사·경제 협력에 미 맹추격
중러밀착에 나토 맞불…유럽·아시아 新항로 예고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구 온난화로 바다얼음이 녹아 북극해에 새 항로가 나타나면서 강대국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와 중국이 치고 나가자 미국이 추격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3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북극해는 과거에 천연자원 채굴을 위해 다수 국가가 비교적 평화롭게 협력하는 광활한 해역이었다.
그러나 해빙이 녹아 남쪽 가장자리에서 선박 운항의 폭이 넓어지자 다른 저위도 해역에서와 같은 쟁탈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수개월 동안 폭격기의 북극해 정찰을 늘렸고 북극해 남쪽까지 감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러시아에 전략무기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래식 병력이 약화하자 핵무기를 탑재한 흑해함대 잠수함 등 전략무기의 위협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비군사용 선박의 활동도 늘리고 있다.
위성분석업체 AAC스페이스퀘스트에 따르면 작년에 북극해에서 활동한 상선, 정부 선박은 709대로 2018년보다 22% 많았다.
러시아는 나아가 미국 등 서방에 맞서 자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중국을 북극해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단적인 예는 미국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 근처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중국의 합동 군사훈련이었다.
당시 중국 선단을 주도하는 선박은 유도 미사일을 100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구축함 난창이었다.
러시아 군함과 중국 연구용 선박의 북극해 근처 출몰은 간혹 있었으나 전투태세를 함께 담금질하는 건 비상하다는 평가다.
알래스카 해안경비대 사령관이던 네이선 무어 미국 해군 소장은 "전투 요원들이 함께 수상 작전 집단의 대열을 갖추고 열을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이 북극해에 두는 전략적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뚜렷하게 발신했다고 본다.
중국은 알래스카 근처에 정찰용 부표나 풍선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미국의 경계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북극권을 자국 전략이익의 핵심으로 분명히 했으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저들이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극해 운항에 필수인 쇄빙선을 늘리고 러시아와 중국 선박을 위성, 무인기 등으로 추적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선례가 미국, 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근처에 재연될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다른 국가들 근처에 있는 바위섬을 영유권 분쟁 속에 점유하고 군사시설로 만들어 전략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작년 10월 새 북극해 전략을 통해 환경, 경제개발, 국제협력보다 국가안보를 강조했다.
새 전략서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북극에서 러시아와의 정부 대 정부의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가 북극해를 가장 넓게 접한 국가인 만큼 관계 악화에 따라 북극해 활동이 더 심각한 경계 대상이 되는 면이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극권에서 발생할 분쟁에 대비해 추위에서 전투할 역량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최근 북극해 활동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일단 일축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해에서 진행한 합동훈련은 선단 간 상호운영 능력을 개선하고 항로와 경제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북극해 문제를 지정학적 이익을 증진하는 데 사용할 의도가 없고 향후 그런 의도를 갖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북극해에서 이뤄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협력은 새로운 교역로의 등장과 이를 선점할 필요성 때문에 일부 힘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이르면 2030년부터 북극해에는 가장 더운 9월에 바다얼음이 사실상 사라진다.
해운업계는 러시아 북쪽 해안이 수에즈 운하와 남쪽 해양을 대신해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가 될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기존 항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 항로를 자국이 규제하며 중국 등지에 에너지를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알래스카 근처 베링해를 통과하게 될 이 교역로에 남중국해처럼 '항행의 자유'를 압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항행의 자유는 특정국의 주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公海)에서 평시에 어떤 선박이라도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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