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게 미분양인데, 무슨 주택공급 부족" 왜?.. 시기상조 vs 유비무환
성급한 예단.. 지방 '미분양 적체' 물량 해소 먼저
집값 상승기 대비 "서울·수도권 등 중심 대책 필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꺼려 인허가나 착공 물량이 크게 줄자 ‘주택공급 부족’론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칫 2~3년 뒤 주택공급 물량이 부족해져 집값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반면, 시장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추세이고 서울이나 수도권 등을 제외한 대구나 제주 등 지방에선 오히려 주택공급이 많고 '쌓이는 게 미분양'인 침체 상황에 오히려 정부 공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인허가다 착공 물량이 줄어 주택공급 부족에 가격 상승 우려를 촉발시킨다지만. 정작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과 그 데이터는 여전히 상당한 가용 주택 규모를 보여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정말 '공급 부족론'이 타당한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경각심이 당연한 것인지, 아니면 섣부른 예측인지를 두고서도 시각이 엇갈립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부 타당한 면도 있지만, 너무 이른 전망과 예단보다 적절한 물량 해소와 현실적인 계획 수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 주택공급 선행지표, 인허가·착공 '급감'
오늘(31일)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6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5만 2,5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 주택 매매량이 2만 830건으로 10.8%, 지방은 2만 8,603건으로 0.01% 반짝 늘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4,136건으로, 2021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2,014가구)보다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같은 거래량 회복에도 주택공급 선행지표로 꼽는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주택 착공은 9만 2,490가구로 전년 동기(18만 8,449가구) 대비 50.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반 수준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전국 아파트는 6만 9,361가구, 아파트 외 주택은 2만 3,12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4%, 52.5% 감소했습니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은 18만 9,213가구로 전년 동기(25만 9,759가구) 대비 27.2%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7만 2,29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지방은 11만 6,91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5%가 각각 감소했습니다.
제주만 해도 상반기 인허가 물량이 3,142가구로, 전년(5,244가구) 대비 40.1% 감소했습니다. 착공물량도 2,266가구로 전년(3,693가구) 대비 38.6% 줄었습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공급 측면에서 선행 지표로 여겨집니다. 통상 주택이 착공 이후 2~3년 뒤, 인허가 이후 3~5년 뒤 공급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향후 공급 주택이 부족해지면서 자칫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은 2025년 입주 물량이 19만 353가구로 2024년 대비 46% 줄어들고 이후 2026년 4만 3,594가구, 2027년 4,770가구로 '공급 가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 미분양 소폭↓, 악성미분양↑.. "지방 물량 주도"
그런데 또 다른 지표인 미분양 데이터를 보면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소 증감 폭은 있기는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 지속 빈집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역시도 애초 내놨던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6,388가구로 전월(6만 8,865가구) 대비 3.6%(2,477가구) 정도 줄었습니다. 큰 감소 폭은 아닙니다.
수도권은 1만 559가구로 전월 대비 2.2%(240가구), 지방은 5만 5,829가구로 같은 기간 2.8%(2237가구) 줄었습니다.
미분양 주택은 올초 7만 5,000가구까지 늘면서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분양 감소는 우선 분양 물량 자체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6월까지 누적 공동주택 분양은 전국 6만 6,447가구로 지난해보다 43.0% 줄었습니다. 수도권 분양이 34.4%, 지방에선 50.9% 감소했는데, 올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5,86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6%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권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분양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미분양만이 아니라,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939가구로 전달보다 오히려 5.7%(507가구) 늘었습니다. 2021년 4월(9,440가구)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지방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는게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제주만 해도 6월 미분양이 1,954가구로 전달(1,961가구)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년말 1,676가구에 비해선 지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실정입니다. 악성미분양만 해도 전달 755가구에서 812가구로 7.5% 늘었습니다.
■ "지방 미분양 소진 우선" vs "급등기 시기 대비 필요"
이같은 상황에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자극 우려가 제기되는 건 안팎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예년과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세를 보이는 등 수요가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또다른 쪽에선 건설사들이 집을 짓지 않는 분위기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수급 상황을 차치하고서, 우선 대두되는 공급 부족이 결국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선 관점이 엇갈립니다.
우선, 이같은 우려를 내놓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앞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등 '빈집' 물량들이 적체된 상황에서 건설사마다 공급 속도를 늦추고 나서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입니다. 미분양 주택을 소진하는게 순서일테고, 그래야 시장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는데서 어느 정도 공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한동안 힘들었기 때문에 분양을 미루고 인허가와 착공 물량 역시 줄었던 것"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줄줄이 분양에 나서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물량이 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더불어 "최근 몇 개월간의 인허가나 착공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를 두고 공급 부족을 운운하긴 이르다"면서 "지방권 미분양도 상당해 공급 부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지금 당장이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부동산 거래나 시장 침체가 이어져 정책적으로도 주택공급 부담이 없다고 해도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 등 입장에선 현 상황에서 사업을 키우지 않는 게 정상이긴 하나, 정부 차원에선 침체기에 같이 가라앉아 있을게 아니라 공급 계획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게 맞다"고 주문했습니다.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집값이 다시 올라도 공급 부족이 없으리란 정책적 신뢰를 부동산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서울과 지방의 흐름을 분리, 관리하면서 별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지방은 적체된 미분양 소진이 우선돼야 하는 탓에, 건설사들이 공급을 서두를 필요가 없고 또 당장 공급이 줄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는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주류여서 이에 걸맞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서울만 해도 입주·분양 물량이 부족해 현실적인 수급 대책이 요구된다"면서 "재건축 등은 물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하는 등 사업 단위별 속도 조절이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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