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은 모든 게 반값, 국민들은 살인적 물가

KBS 2023. 7. 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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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요즘 이웃나라에겐 쇼핑 천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특별한 환율이 적용돼서 같은 물건도 아르헨티나에선 반값에 살 수 있습니다.

손혜현 한국외대 겸임교수 연결해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지금 아르헨티나에 계시죠?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을 보면 아르헨티나가 주변국 사이에서 쇼핑 천국으로 불린다던데, 무슨 일이 있는거죠?

[답변]

네, 지금 저는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과 환율폭등의 상황을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인들의 평균소득으로는 물가가 매우 비싼 나라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매우 저렴한 나라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국경지역의 쇼핑몰과 수퍼마켓 그리고 주요소는 유리한 환율을 이용해서 물건과 주유를 하려는 우루과이, 칠레, 브라질, 볼리비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탄산음료의 아르헨티나 측 가격이 볼리비아보다 34%, 파라과이보다 50%, 우루과이보다는 69%나 저렴합니다.

수 십 년간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인들은 자국통화 보다 달러를 선호하는데요.

정부가 개인당 환전을 매달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은 필요한 달러를 암시장에서 구매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공시 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두 배나 차이가 납니다.

현재 공시환율은 1달러에 272페소인데 암시장환율은 546페소입니다.

암시장에서 교환되는 달러의 가치가 두배나 높은 거죠.

이러다 보니 관광객들은 은행이 아닌 암시장에서 환전을 합니다.

그러자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감소중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암시장에 유입되는 관광객 달러를 흡수하여 달러수입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암시장환율에 가까운 관광환율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1달러당 510페소정도입니다.

외국인 또는 내국인이 외국에서 발급된 카드로 결제 시 관광환율의 적용을 받습니다.

게다가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가 화폐발행을 늘리면서 페소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암시장 환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아르헨티나가 쇼핑의 천국이 된거죠.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아르헨티나 돈 발행을 늘리다 보니,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거잖아요.

[답변]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베네수엘라, 짐바부에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습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16%를 기록했으며, 월간 물가상승률은 6%였습니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통신, 의료, 주거비용이 가장 크게 증가했고 식품과 의류비 증가는 소폭 감소했습니다만, 4~5%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앵커]

보통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는게 보통의 경우인데,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하지 않나요?

[답변]

지난 5월 아르헨티나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7%로 인상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인상입니다.

연간 실효이자율이 150%를 넘어서면서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는 추가적인 페소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페소화의 가치는 연초대비 60%나 떨어졌습니다.

정부의 특단 조치도 현지통화 투자를 방어하고 물가를 억제하는데는 무용지물 입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시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달러의 해외유출 증가와 외환보유고 고갈 소식으로 상인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달러환율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문제를 해결할 정치권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요?

마침 10월에 아르헨티나 대선이 있다면서요.

후보들이 앞 다퉈서 현재 상황을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 보겠다고 할 텐데요.

[답변]

달러부족과 물가상승에 따른 가격인상과 실질 임금하락이 10월 대선의 최대 쟁점입니다.

여당의 유력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 현 경제부장관은 리튬, 가스, 석유, 공산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IMF 부채를 갚는 것이 경제문제 해결의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물가상승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임금인상과 경제보조금을 유지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야당 측에서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현 부에노스아이레스시장은 “물가상승 없는 삶”을 제시했습니다.

구조조정이 핵심입니다.

정부지출을 줄이고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부문을 축소하고 공기업의 적자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으며 독립적이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중앙은행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환율단일화, 공기업의 수익성 향상, 특권종식을 제안했습니다.

야권 내 라레타와 경쟁하는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보부장관은 외환통제폐지와 환율통합, 중앙은행의 독립성, 정부지출 축소, 수입제한 해제 및 수출세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극우 포퓰리스트인 하비엘 밀레이는 세금감면, 노동의 유연성, 중앙은행 폐지, 경제의 달러화, 공기업의 민영화, 수입과 수출에 대한 모든 세금 폐지 등을 제안했습니다.

[앵커]

선거 말씀이 나왔으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아르헨티나는 의무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잖아요.

투표를 안 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답변]

아르헨티나에서는 1994년부터 18세 이상 70세 미만의 유권자는 투표가 의무입니다.

만약 선거법원에 불참신고를 하지 않거나 선거재판관 앞에서 선거불참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야하고 투표의무 위반자 등록부에도 기재가 돼서 선거일로부터 3년 동안 공직에 임명될 수 없고 직무 수행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벌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1년 간 국가, 지방,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관공서 업무나 서류 발급이 정지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손혜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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