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사성의약품 품질 높일 핵자료 측정법 나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구리-67(Cu-67) 핵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살피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인 구리-67(Cu-67)의 핵 자료를 정확히 생산할 수 있는 측정법을 개발했다. 핵 자료는 핵종이 방출하는 방사선 스펙트럼을 측정해 얻는 기초 입력 데이터를 말하는 것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은 Cu-67과 갈륨-67(Ga-67)을 정확히 분리 및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법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Cu-67은 의료 진단용 감마선과 대장암, 방광암 등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용 베타선을 모두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다. 기존 동위원소에 비해 반감기가 2.5일로 짧아 체내 피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차세대 방사성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Cu-67은 생산 공정이 몹시 까다로워 아직 국내에는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Cu-67은 아연-68(Zn-68) 등의 물질에 양성자 빔을 조사해 생산할 수 있다. 고품질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설계와 시뮬레이션 등을 위한 기초 입력 데이터인 핵 자료가 필요하다.

보통 핵 자료는 핵종이 방출하는 방사선 스펙트럼을 물리적으로 측정해 얻을 수 있지만 Cu-67은 다른 핵종과 달리 방출하는 감마선 스펙트럼이 불순물인 Ga-67과 정확히 겹쳐 물리적인 측정법으로는 이 두 핵종을 구분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두 핵종을 화학적으로 직접 분리 정제하는 중간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분리 과정에서 Cu-67의 손실이 계속 발생해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중간 과정인 화학적 분리 정제 없이 두 핵종 간 방사선 방출 강도 차이를 활용해 수학적 해석법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지만 핵종 간 반감기 차이로 정확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두 핵종의 감마선 방출강도 뿐만 아니라 반감기 차이까지 고려한 새로운 해석적 분리방법을 제시했다.

Cu-67과 Ga-67 각각 감마선 세기 합이 전체 감마선 세기와 같다는 점과 감마선 방출 강도 비율, 반감기 차이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화학적 분리 과정 없이도 Cu-67의 정확한 핵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감마선 방출 강도’와 ‘반감기’라는 2가지 정보만 주어지면 Cu-67 외에도 중첩된 감마선을 지닌 모든 핵종을 분리 측정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생산된 Cu-67의 정밀한 핵 자료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에 집중한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주에 있는 양성자 가속기를 통한 Cu-67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상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단장은 “국내 대용량 선형 양성자 가속기 시설을 기반으로 신개념 치료 기술에 필수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기술 개발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