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韓 기업 파트너 구합니다” 중국이 다급해진 이유

지난 4개월 동안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과 손잡고 한국에 5개의 배터리 공장을 신규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5조1000억원 규모. 이처럼 중국이 한국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을 발판 삼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회피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 시각) “중국 기업이 미국 IRA를 피하고자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고 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중국 기업이 한국 배터리 산업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삼으려고 한국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의 리튬 처리 공장 부지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리튬이 채워진 가방 앞을 지나고 있다. / AP 연합뉴스

IRA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다 나머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야 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하고 조립해야 한다. 즉,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미국산 전기차에 장착하면 IRA에 따라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잇달았다. 중국 닝보룽바이뉴에너지(룽바이커지)는 지난주 한국에서 삼원 전구체 8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룽바이는 블룸버그에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IRA 법안의 적격 핵심 광물에 대한 관련 요건을 충족한다”며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은 글로벌 배터리 광물 공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국의 3대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협력해 음극재와 양극재, 전구체를 생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폭스바겐 등 전기차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를 통해 전구체 공장 건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고, 중국 저장화유코발트는 올해 초 LG화학 및 포스코퓨처M과 합작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중국 중웨이(CNGR)와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공장 건설을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SK온과 LG화학이 체결한 계약은 초기 단계”라며 “IRA 최종 세부 사항이 나오기 전까지 계약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길 원한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는 중국산 부품 일부가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한국 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에 “한국과 중국은 서로가 필요하다”며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IRA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양극재와 전구체 등의 재료를 수입하는 게 위험하다고 본다. 만약 그 원료를 모두 한국에서 만든다면 한국은 더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기업의 협력이 향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언제든 합작투자 기업이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과의 제휴는 한국 기업에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LG화학은 지난 4월 실적발표 당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화유코발트로부터 합작 투자 지분을 전량 인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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