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손 들어준 금융당국...보험 회계 논란 종결?
보험업계, 특정사에 유리하단 의심 여전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 방식과 관련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소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이와 함께 불만이 제기됐던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자체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가이드라인이 특정사에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 주재로 'IFRS17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회계변경 효과의 처리와 관련해 전진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새로운 회계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점을 고려해 보험사가 올해 연말까지는 조건부로 소급법 적용도 허용했다.
기존 제출한 재무제표를 소급해 재작성하는 것도 가능한데, 전진법을 적용하는 보험사와의 비교가능성·형평성을 위해 소급법으로 재무제표를 재작성할 경우 전진 적용과의 재무영향 차이를 재무제표의 주석·경영공시에 포함토록 했다.
다만 IFRS17 적용 방식과 함께 논의가 불거진 가이드라인 자체 수정과 관련해선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표적으로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과 관련해 일부 보험사가 의견을 제시한 위험손해율 기준 목표손해율 적용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새 가이드라인, 메리츠화재에 유리하단 의심 여전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1년 IFRS17 시행 전 보험감독회계 도입방안과 관련해 할인율·위험조정만 기준을 제시하고 계리적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입 직전 보험사들이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할 때도 자율에 맡기겠단 입장을 지켰다.
하지만 이후 올 초 들어 입장을 바꿔 IFRS17 적용과 관련해 "보험사는 자체적인 경험통계, 합리적인 근거·방법 등을 활용해 최적 또는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서 편향되지 않은 가정에 대해선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낙관적 또는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보수적으로 적용됐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의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 '예실차' 발언 논란 시기와 겹쳤다. 예실차는 IFRS17 하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사업비 등으로 자금이 빠저나갈 것으로 추정한 몫과 실제로 발생한 현금 유출 규모의 차이를 뜻하는데, 김 부회장은 자사가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했고 예실차가 플러스로 이익이 더 많이 날수록 더 신뢰할 만한 보험사라고 해석될 만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부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회가 열린 5월15일 "예실차가 각 회사별로 얼마가 되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쓰는지, 얼마나 공격적으로 쓰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메리츠는 예정 대비 실제 손해율이 90% 밖에 안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또 "IFRS17 제도 하에서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회계처리로 이익에 치중하는지를 판별하기 위해서 세 가지를 주의깊게 보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실차, 실손 손해율 가정, 무해지 상품의 해지율 수준 등 세 가지"라고 짚었는데, 공교롭게도 '실손보험의 계리적 가정', '무·저해지보험의 해약율 가정' 산출 가정 모두 같은 달 31일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관련 기준이 포함, 업계서 그 기준과 관련에 현재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또 메리츠화재로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영입되기 시작하며 연초부터 이 회사는 가이드라인이 필요치 않다는 손보업계의 주류 의견과 생각을 달리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시각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맞고 틀리고의 문제보다 기존의 하던 (일처리) 방식하고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단기간에 가이드라인을 재수정하는 것도 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실무자 설명 번복 헤프닝까지
정 실장은 최근 간담회 전 설명회에서 금감원이 예시로 든 캐나다 사례가 구체적인 숫자가 없어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질문에 대해 "캐나다 사례가 수치가 없는 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손해율이 5-20% 악화됐을 떄의 가정을 쓰도록 돼 있으며 수치가 없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답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설명에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본질이 아닌 `동문 서답'이 많았다"며 "일단 반발 자체를 금융당국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이다보니 눈치를 보고 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같은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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