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차전지 ‘물류’도 산업으로 키워야

권오은 기자 2023. 7. 3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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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에서 일본 케이라인(K Line)의 자동차 운반선에 화재가 발생해 선원 1명이 숨지고, 선적된 차량 상당수가 피해를 봤다.

전기차와 2차전지 수송이 늘면서 선박 화재도 빈번해졌다.

2차전지를 위험물로 취급하고, 자동차에 장착되지 않고 별도로 옮길 때는 특수 포장까지 거쳐야 하도록 안전 기준이 강화하고 있다.

운송 과정의 화재 부담에도 해운뿐만 아니라, 항공·물류 기업들은 국제기구로부터 운송 인증을 받으며 2차전지 운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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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은 기자

북해에서 일본 케이라인(K Line)의 자동차 운반선에 화재가 발생해 선원 1명이 숨지고, 선적된 차량 상당수가 피해를 봤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시작된 화재는 30일까지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선박에 실린 전기차 내 리튬이온배터리(2차전지)에서 불이 난 뒤, 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자동차 운반선에는 전기차 498대 등 총 3783대의 자동차가 실려 있었다.

최근 5년 동안 불이 나 피해를 본 대형 선박은 64척이다. 전기차와 2차전지 수송이 늘면서 선박 화재도 빈번해졌다. 해상 보험업계는 ‘선박 충돌’보다 ‘선박 화재’의 보상금이 더 커졌다고 진단한다. 2차전지를 위험물로 취급하고, 자동차에 장착되지 않고 별도로 옮길 때는 특수 포장까지 거쳐야 하도록 안전 기준이 강화하고 있다.

지난 26일 네덜란드 북부 아멜란트섬 앞 바다에서 케이라인의 자동차 운반선에 불이 나 있다. /AFP·연합뉴스

운송 과정의 화재 부담에도 해운뿐만 아니라, 항공·물류 기업들은 국제기구로부터 운송 인증을 받으며 2차전지 운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수익성이 좋아서다. 위험물은 기본적으로 운송요금에 30% 할증이 붙는다. 물동량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축전지 수출·입량은 62만7000톤(t)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주춤하긴 했지만, 2차전지 물동량은 최근 5년간 매년 1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다만 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관심 밖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2차전지 육성 지원책은 최근 특화단지 4곳을 지정한 것처럼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서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 등처럼 각국이 2차전지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물류까지 포괄 정책을 펴는 것과 비교가 된다.

다른 영역에서도 운송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경제 안보를 강조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부터 광물 자원 운송에서 갈수록 외국적선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소 컨테이너선사를 키우기 위해 선박 교체 비용을 지원하거나 장기간 선박을 빌려주는 정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규모가 치솟은 선박 건조 비용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예산으로는 중국 조선소를 추천해 줘야 할 판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 ‘해운대란’을 겪으면서 한국이 사실상 섬나라란 사실을 새삼 깨우쳐야 했다. 뛰어난 품질의 2차전지를 만들어도 수출하려면 선박이나 항공기에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국가 핵심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운송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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