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일부터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치명타보단 경고 사격 수준"
갈륨 재활용 어려워 일부 영향도…中 "美, 방산업체 타격"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이 다음달 1일부터 반도체·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를 시행한다.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강수를 뒀지만, 이번 조처로 인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은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할 방침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하기 위해선 상무부를 거쳐 국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반도체 및 첨단기술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가 이 같은 조처를 발표하기 불과 며칠 전,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새로운 조처를 발표했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 들어가고,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핵심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한다.
아울러 게르마늄은 실리콘보다 우주 방사선에 더 강하기 때문에 태양 전지와 같은 우주 기술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갈륨은 전기 자동차·센서·발광다이오드(LED) 등 부품의 반도체에 사용돼 향후 그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관측 속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모두 갈륨과 게르마늄을 중요 원소 목록에 올린 상태다.
◇수입 다변화에 中 시장 지배력 떨어지는 '악수' 될까
관련 업체들은 지난 5일 중국의 수출제한 조처 발표 이후 수입 다변화를 위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랜드국가안보공급망연구소의 브래들리 마틴 소장도 "미국 기업, 방위산업 업체들은 갈륨의 대체물을 찾고, 틈새 공급망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최대 아연 제련 업체인 니어스타(Nyrstar)는 중국의 규제로 인한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호주, 유럽, 미국 등지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전력·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온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지 조처에 따라 다른 지역의 공급업체를 찾는 등 다중 소싱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질화갈륨(GaN) 반도체 기업 나비타스 세미컨덕터 역시 "중국의 수출 통제가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공급망 다변화로 중국이 시장 지배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컨설팅회사 인트랄링크의 전자 분야 책임자인 스튜어트 랜달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은 원자재의 대부분을 생산하지만, 수출을 막는 것은 그들(중국)이 수익을 잃고 대체 소스를 찾도록 강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고문 출신이자 미국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부교수인 유진 골츠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시장이 수출 통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마찰이나 약간의 비용 증가가 있을 수는 있다"며 "시장이 대체 공급업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갈륨의 가용성을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총자이안 정치학 부교수도 블룸버그통신에 "시장과 기업에 약간의 초기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과 기업은 조정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그 예로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언급하며, 중국이 이번에도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당시 중국은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이 중국 어선을 억류하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보복했다. 또 2020년에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시행해 자원을 무기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2010년 98%에 달하던 희토류 생산량은 지난해 70%까지 줄어들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연구원들은 "수출 제한을 부과하면 시장 지배력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의 새로운 광물 수출 제한은 외국 제조업체가 중국 밖으로 생산을 이전하도록 자극해 공급망 다각화 추세를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 연구원 제인 나카노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러한 조치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중국이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라는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륨 재활용 어려워 시장에 일부 영향도…中 "美, 방산업체 타격"
다만 글로벌 시장이 이번 조처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 게르마늄과 같은 일부 금속 화합물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의 중요한 성능 향상제로 사용되며, 갈륨 비소는 일부 무선 통신 및 전력 전자 장치의 핵심 구성 요소기 때문이다.
스티븐 코스터 미네소타대 나노기술 교수는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같은 일부 화합물은 대안이 존재하지만, 조명 등 일부 응용 분야에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갈륨 비축량이 고갈된 상태인데 갈륨 확보를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비축량이 부족한 갈륨을 재활용을 통해 얻겠다는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올해 12월31일까지 다른 제품에서 갈륨 회수를 우선하도록 하기 위해 국방생산법에 따른 권한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채굴이 아닌 회수가 미국에서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갈륨의 재활용률은 극히 낮다. 지난해 예일대학교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갈륨의 재활용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가 미국의 방위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항공 전문가 푸첸샤오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갈륨비소(GaAs)와 질화갈륨은 현대 전투기, 군함 및 지상 설비에 널리 사용되는 능동 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전송 수신 모듈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는 치명적인 타격이라기보다는 경고 사격에 가깝다. 퍼듀대학교의 반도체 교육 전문가 비제이 라구나단은 포린폴리시에 "그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두 금속에 대한 글로벌 공급 움직임은 반도체 산업에 재앙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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