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반환대출 첫날 은행 달려갔어요” ‘영끌 대출’ 나선 집주인 [머니뭐니]

2023. 7. 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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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2주택자인 S씨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가 풀리는 첫날 은행을 찾았다. 원천소득이 6000만원대인 S씨가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해도 최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2억원. 나가는 세입자에게 2억300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S씨는 결국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로 했다.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가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전세자금 반환대출 규제가 풀리자 집주인들이 은행에 몰려가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일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로 다시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3개월 연속 상승…7월도 크게 올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석달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그리고 다른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550조3355억원에서 6월 548조87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주담대의 경우 지난 4월 450조1606억원, 5월 450조5553억원, 6월 451조5827억원으로 석 달 새 1조4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증가세는 7월에도 이어졌다. 4대 은행의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49조1544억원으로 6월 말(548조878억원)보다 1조원 넘게 늘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수 달 전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계대출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의 규제가 1년간 한시적으로 풀리는 등 규제 완화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정부는 앞서 투기·투과지역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2억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2억원) 등 각종 제한 일괄 폐지했다.

[연합]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에 대한 소식을 접한 집주인들은 은행권에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에 대해 문의를 넣고 있다. 보증금 차액 내에서 완화된 규제로 돈을 빌려주지만, 이것 만으로도 돈이 부족해 2금융권 대출을 추가로 알아보는 집주인까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집주인 H씨는 “DSR이 걸려 대출을 못 받고 있었는데 추가로 풀리며 추가 2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4000만원이 더 필요한데 이를 2금융권 신용대출로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같이 주택을 중심으로 한 자금 수요가 높아지자, 한도가 조금 더 넉넉한 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중금리 대출액은 2조1891억원으로 전기 1조6386억원 대비 33.2% 늘어났다. 저축은행 등 각종 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카드·캐피탈사로 몰렸고, 이에 지난해 연이은 감소에서 증가로 반등한 것이다.

각종 대출규제 완화…‘역전세난’ 지속으로 대출총량·건전성 우려 ↑

금융권에선 가계부채 총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역전세난’이 해소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전세금 반환을 위한 대출 총량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전세수요는 여전히 공급 대비 적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89.7로 지난주(89.1)에 비해 0.6포인트(p)올랐으나, 100아래를 밑돌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지표다. 0에서 200 사이에서 100 아래에선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낮고, 100이상은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일치한다면 100으로 집계된다.

때문에 전세가가 최근 일부지역에서 반등 흐름을 보이곤 있지만 여전히 직전 계약 시점인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턱없이 낮아, 대출 총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여기에 DSR이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각종 정책대출의 영향으로 앞으로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날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은 오를 일만 남았는데, 건전성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선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상환능력이 있는 만큼만 대출을 받게 해줘야 한다”며 “DSR 예외적용을 해주니 소득과 상관 없이 대출이 이뤄지고 건전성 우려가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각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건전성에 대한 당국의 우려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으로 5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한달사이 0.03%포인트 상승했으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3%로 같은 기간 0.02%포인트,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75%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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