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악의 폭염에 에어컨없는 빈민층 고통이 가장 극심" - AP르포

차미례 기자 2023. 7. 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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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보조금으로 에어컨 설치는 꿈.. 전기료 무서워 못써
덴버 시의 빈민은 창문 막고 시멘트 지하실에서 잠 자
[데스밸리=AP/뉴시스] 지난 7월16일 미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극심한 더위를 경고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데스밸리의 기온은 54도를 기록했다. 미국을 강타한 폭염 속에서 빈곤층이 생사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23.07.31.

[덴버=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기온이 매일 38도를 넘은지 오래 된 극한적 폭염 속에서 수많은 빈민층과 저소득 층이 에어컨 없이 살인적인 폭염을 견뎌내고 있다.

덴버시의 벤 갈레고스(68)는 어떻게든 더위를 이겨보려고 자기 집 현관 앞 포치에 앉아 부채로 파리 떼를 쫓으면서 윗옷을 벗은 채 땀을 분수처럼 흘리며 버티고 있었다. 미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는 에어컨을 설치한 집이 드물다.

68세의 그는 어떻게든 더위를 막기 위해서 침대 매트리스에 든 스티로폼으로 모든 창문들을 막아 놓고 잠은 콘크리트로 된 지하실에서 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같은 폭염이 열질환과 심장 마비 등 죽음을 유발하기 쉬운 날씨이며 자신의 폐의 상태도 매우 민감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은퇴한 벽돌공으로 한 달에 1000달러 (127만 6000 원)를 가지고 생활하는 그로서는 에어컨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물건을 가지려면 내가 12년 동안은 돈을 모아야 한다"면서 그는 " 정말 숨을 쉬기 어렵게 되면 응급실로 실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여름마다 점점 폭염 기간이 늘어나고 온도도 더욱 상승하면서 미국에서는 올 해 벌써 수 십 명이 열질환으로 사망했다. 가난한 빈곤층일수록 최악의 폭염을 최저의 방비 상태로 견디어 내거나 쓰러져 간다.

한때는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에어컨은 지금은 생사를 가르는 필수품이 되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지난 주 26일 43.4도가 넘는 폭염이 27일 동안 연속 맹위를 떨쳤고 집 안에서 죽은 사망자 9명은 모두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스위치를 켜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해에 집 안에서 사망한 86명의 고온관련 사망자도 모두 냉방 시설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열질환 연구의 전문가인 워싱턴 대학의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간단히 설명하면 폭염이 살인자다. 일단 폭염의 고온행진이 시작되면 약 24시간 뒤부터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대학교가 미국의 115개 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캔사스 시티, 디트로이트, 뉴욕을 비롯한 유색인종 거주 빈민 지역이 가장 더위에 취약해서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환경정의 연구단체인 '그라운드워크 USA'의 케이트 밍고야-라포춘 연구원은 " 온도차는 저소득층 거주지역, 유색인종 거주지역과 더 부유한, 백인들이 많은 곳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 결과도 극심한 차이가 난다. 죽음도 그렇다"고 말했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AP/뉴시스]미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의 노숙자 야영지에서 7월14일 한 노숙자가 양동이에 얼음을 붓고 있다. 40도를 훌쩍 넘는 위험한 폭염이 계속되면서 미 남서부의 광범위한 지역들은 냉방센터들의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2023.07.31.

캔사스 시티에서 기온이 40도에 이른 28일에 음식을 구하기 위해 시내에 나온 멜로디 클라크(45)는 "세입자가 많은 저소득층 아파트에서 중앙 냉방 시스템이 고장 나자 집주인이 창문형 에어컨 대체용품을 달아주었지만 요즘 같은 한 낮의 폭염에는 있으나 마나한 것 "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와 지방 정부에서는 빈민층 냉방을 위한 시설 보조금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나마 최빈곤층에게만 지급될 뿐더러 실제 시설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앙 냉난방 시스템을 시설하는 데에는 대개 2만 5000달러를 훌쩍 넘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극한적 폭염에 대비해서 저소득가구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 각 주 정부를 통해 가장 빈곤한 계층의 전기 및 냉방 시설 요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의 전문가 미셸 그라프 교수는 그 대책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국의 해당 가구의 겨우 16%만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모든 주 정부의 거의 절반은 여름철 냉방에는 연방 보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냉방 비용도 따라서 오르게 마련이다. 이미 미국의 저소득층은 최악의 더위와 폭염을 겪고 있으며 샌디에이고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1056개 카운티 가운데 70% 이상이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주민들이 훨씬 더 더운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지역에는 가로수나 숲조차 없어서 더위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

기자가 28일 방문한 디트로이트 서부지역의 셋집에서는 카트리스 설리반이 집 앞 현관에 앉아 있었지만 집 안은 밖보다 더 더웠다. 에어컨이 있는데도 이 37세의 공장 노동자는 전기요금이 두려워서 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차에 시동을 켜고 차 안의 에어컨 바람을 쐬고 나온다는 그녀는 "이 곳 사람들은 한푼 한푼을 먹는데 쓰기에도 모자라서 에어컨은 감히 사용할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연방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서 수십억 달러의 기금이 각 가정의 에너지 효율 냉방기기 설치의 면세 및 보조금과 리베이트 등으로 지급되도록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생후 13주의 아기를 기르고 있는 덴버시 글로브빌 교외 주택의 아만다 모리안은 이를 신청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방 시스템을 갖추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3개 회사에 문의 한 결과 모두 2만 달러에서 2만5000달러의 비용을 홋가해 보조금이 있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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