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방치한 퇴직연금, TDF로 '수익률 누수' 막아야"

김미리내 2023. 7. 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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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 팀장 인터뷰 
연령따라 주식투자 비중 전환…연금에 안성맞춤 상품

노후 대비에 대한 위기감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대부분 퇴직연금은 여전히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회사에서 알아서 잘 굴려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서다. 

하지만 회사는 대부분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인 '확정급여형(DB)'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한다. 안정적으로 은퇴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동시에 구성원 개개인의 투자성향을 충족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간의 힘'이 반영되는 퇴직연금이야말로 투자 필요성이 큰 상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투자가 가능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익률 누수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무관심에 방치된 퇴직연금…TDF로 수익률 누수 막아

장기투자는 초기에는 수익 변동성에 따라 자금이 조금씩 늘어나지만 원금과 수익을 포함한 투자금액이 점차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익 폭이 커질 수 있다. 즉 시간이 갈수록 투자성과가 커지는데 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자금액이 일정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퇴직연금은 이 '기다림'을 강제적으로 하게 한다. 즉 비자발적인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상품인 셈이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 팀장/사진=한화자산운용 제공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장은 "퇴직연금은 잘 몰라서, 관심이 없어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익률을 갉아 먹는 것과 같다"면서 "무관심으로 발생하는 수익률 누수 현상을 투자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은퇴자금인 만큼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자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퇴직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 바로 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 운용하는 생애주기형 펀드다. 여러 유형의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투자가 혼합돼 있다. 젊을 때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이 올수록 주식 비중은 낮추고 채권 비중을 높여 보수적 운용을 통해 자산을 지키도록 구성했다. 

변재일 팀장은 "TDF는 은퇴시기에 맞춰 안정적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이 조절되는 은퇴시기 맞춤형 상품"이라며 "가입 후 나이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이 조절되기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에 무관심했던 투자자에게 특히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대체적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은 나이가 젊을 때 80:20의 비중에서 은퇴 시점이 가까이 올수록 20:80 혹은 30:70으로 점차 바뀐다. TDF는 예상은퇴시점(빈티지)에 맞춰 2025, 2030, 2045 등으로 숫자가 붙는다. 

현재 30세로 은퇴시기를 60세로 가정하면 남은 30년을 현재 연도(2023년)에 더해 '2050' 혹은 '2055'가 붙은 TDF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이때 투자성향이 더 강하면 2050, 보수적 성향이 강하면 2055를 선택하는 식이다.  

변재일 팀장은 "지금까지 일반적인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본인의 성과를 위해 수익률에 집중해 왔다면 TDF는 관점을 달리해 투자자 중심으로 전략이 구성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 시장 변화 기대 

변 팀장은 특히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TDF 시장이 앞으로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란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없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한 운용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가 떠오르면서 무관심에 방치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보완책이다. 

금융투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지난 1분기 10조원을 돌파했다. 300조원이 넘는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수준이지만 실적배당상품 가운데서는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디폴트옵션 선택지에 TDF가 포함되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2018년~2023년 1분기)은 9.1%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11.6%에 비해 낮다. 반면 2016년 출시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TDF의 누적 수익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15.7%를 기록 중이다. 

변재일 팀장은 "미국은 2008년 디폴트옵션 도입 후 TDF 시장이 매년 15~20%씩 꾸준히 10년 이상 성장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기상황에서도 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이는 계속해서 좋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통해 연금에 대한 투자인식이 전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이 정착되면 국내 주식시장 역시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TDF 상품을 고르는 기준으로 '원칙'과 '보수'를 꼽았다. 

변재일 팀장은 "TDF상품은 매우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주식과 채권비중을 줄이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단 어떤 상품이든 TDF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운용사들은 정한 원칙(글라이드 패스)에 따라 주식 비중을 줄이는데 정해진 시점에 맞게 이 원칙을 잘 지켜나가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보수인데, 수익률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보수는 선택할 수 있고 특히 장기상품에서는 작은 보수차이가 나중에 가서는 수익률에 크게 작용한다"면서 "온라인, 직판채널 등 가능한 저렴한 판매채널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보수차이는 통상 30~50bp 정도다. 온라인도 은행, 증권사 등 추가 판매채널을 거치지 않고 운용사에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직판채널을 이용할 경우 더 저렴하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투자자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직판채널인 '파인(PINE)을 운영 중이다. 

변재일 팀장은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변동이 있지만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인내심과 자금만 있으면 마지막에 웃으며 나올 수 있다"면서 "퇴직연금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상품이고 그중에서도 TDF는 장기, 적립식이라는 연금투자 속성에 가장 맞는 상품으로 향후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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