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슈퍼루키’ 한지은-장가연 “프로에서 우승하면 세리모니는….”
라이벌이자 절친, “너무 착한 동생-동생 잘 챙기는 언니”
한지은 “개막전 첫 경기 입장부터 손 벌벌 떨려”
장가연 “이젠 길거리서도 나 알아봐…2차전 끝나고 사진촬영만 3~40장”
22, 19세인 한지은(에스와이바자르)과 장가연(휴온스헬스케어레전드)이다.
한지은과 장가연은 전국 여자3쿠션랭킹 1, 2위 출신답게 프로 합류 이후 두 대회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터뷰는 LPBA3차투어 개막 전에 이뤄졌다)
한지은은 이미 국내 대회를 수차례 휩쓴 것은 물론, 지난해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했다.
물론 프로 데뷔전서 첫 판에 탈락하며 쓴맛을 봤지만 2차전에선 김예은(웰컴저축은행웰뱅피닉스)을 꺾고 32강에 오르며 차츰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가연은 지난해 18세 나이로 전국당구대회 첫 정상에 오른 뒤 올해 초에도 트로피 한 개를 추가, 한지은 못잖은 대형 기대주로 성장했다.
특히 장가연은 개막전부터 임정숙(크라운해태라온) 최혜미(웰컴저축은행) 강지은(SK렌터카다이렉트)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8강에 오른데 이어 2차전서도 16강에 올라 당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 석관동 MK빌리어드뉴스 사무실에서 두 선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동영상으로도 제작, 조만간 유튜브(MK빌리어드뉴스)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한지은, 이하 한)=팀리그 에스와이바자르 소속 프로당구선수 한지은이다.
(장가연, 이하 장)=휴온스헬스케어레전드팀 소속 장가연이다.
▲LPBA행을 결심 계기는.
(한)=대한당구연맹에 있을 때 세계선수권 무대를 뛰어보는게 최종 목표였는데 지난해 그 무대를 경험해 봤고, 만족스러운 성적도 냈다. 그 이상으로는 LPBA가 더 큰 무대라 생각해 프로행을 결정했다.
(장)=일단 LPBA는 선수층이 굉장히 넓고, 그만큼 고수들도 많지 않은가. 실력이 뛰어난 여러 선수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프로행을 선택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한)=주변에서 응원을 정말 많이 받았다. “가서 열심히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LPBA에 오니 다들 “너무 잘했다” “진작 오지 그랬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장)=사실 LPBA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 반대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 그런데 기대 이상 성적을 내며 2차투어까지 치르고 나니 지금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LPBA 합류 후 두 번의 투어를 치렀다. 전국대회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한)=개막전 때는 당연히 적응이 안돼 긴장을 많이 했다. 다만 2차전은 체육관 시합이라 내심 전국대회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세트장이 너무 잘 꾸며져 있고, 또 관중석이 (경기장과) 굉장히 가깝고 관중도 많아 더 많이 긴장했다. 그렇다고 그게 싫은 건 아니다. 긴장감은 더하나 동시에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활발한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기도 하다.
(장)=전국대회와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신난다. 그다지 긴장되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원래 주변 환경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뷔 전부터 긴장하진 않았다.
▲LPBA에는 언니들이 많은데 적응에 문제는 없는지. 친해진 선수들은.
(한)=개인적으로 워낙 어렸을 때부터 선수생활을 해와서인지 아는 얼굴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딱히 어색함은 없다. 요즘은 같은 구장서 연습하는 송민지 프로와 많이 친해져서 잘 지내고 있다.
(장)=사실 (한)지은 언니 말고는 (LPBA에) 친한 선수가 거의 없어 처음엔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동탄으로 구장을 옮기며 이미래(하이원리조트) 전지우 조예은 언니들과 친해져서 재밌게 생활하고 있다.
(한)=솔직히 처음엔 시합은 다 똑같은 거라 생각해 긴장을 아예 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데뷔전 때 시합장에 들어서니 손이 벌벌 떨리며 긴장이 너무 많이 됐다. ’이거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치려 했는데 길도 잘 안 보이더라. 경기 후반까지도 이 긴장감이 잘 풀리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중계화면으로 보기에도 경기하는데 담대함이 느껴진다. 보이는 모습처럼 실제로도 긴장하지 않고 경기하나.
(장)=사실 데뷔전 때는 처음에 살짝 긴장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감은 금방 풀렸다. 원래도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생각 자체를 줄이면 긴장을 안 할 수 있다.
▲현재까지 LPBA서 치른 두 번의 대회에 대해 자평을 하자면.
(한)=데뷔전 때 시합 들어가기 전 ‘최대한 열심히 하겠지만 그 누구한테도 질 가능성은 있다’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서 (경기에서 패하고 나서) 속상하다기보다는 그냥 ‘이게 뭐지?’ 싶었다. 그래도 2차전에선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아 다행이다.
(장)=개막전 때 기대 이상 성적을 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 성적을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2차전에선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16강에서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3차전에는 욕심을 버리고 내 경기만 묵묵히 할 생각이다.
▲데뷔전 탈락 후 심정은 어땠나.
(한)=막상 탈락하니 속상하기는 했지만 당황스러움이 더욱 컸다. 개막전부터 잘해보자는 욕심이 있었던 만큼 실망감도 꽤 컸이다. 그렇지만 곧 다음 시합이 있으니 마음을 다잡고 못 쳤던 공을 돌려보며 열심히 복기하며 준비했다.
▲둘 다 ‘슈퍼루키’ ‘차세대 주자’와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본인들에게 부담인지, 자극제가 되는지.
(한)=솔직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그저 열심히 해서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장)=나 또한 팬분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 중이다. 다만 부담감이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LPBA로 간 이후 주목을 많이 받는데, 부모님 반응은.
(한)=많이 만족해하신다. 한 번은 내가 인터뷰를 한다고 엄마한테 말씀을 안 드린 적 있다. 그런데 얼마 후 엄마가 신문에서 내 인터뷰를 봤다고 그 기사를 스크랩 해놓으셨더라.
(장)=나는 지은 언니랑 다르게 인터뷰하면 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린다. 그러면 그냥 “잘 해”하며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경상도분들이라 그런지 두 분 다 무뚝뚝하신 편이다. 마치 나처럼 말이다. 하하.
(한)=LPBA에 오면서 구장을 옮겼다. 경기도 양주 ‘빌런캐롬클럽’에서 3개월째 연습 중이다. 이영훈, 송민지 프로님과 연습 중인데, 특히 (이)영훈이 오빠는 내게 스승님 같은 분이다. 경기 내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
(장)=올해부터 경기도 동탄으로 이주해 ‘강차당구연구소아카데미’에서 연습 중이다. 차명종 선수님과 강동궁 프로님이 함께 운영하는 구장이다. 두 분께 열심히 배우고 있다. 여기엔 여자 선수들도 많아서 같이 경기하며 재미있게 지낸다. 다들 열심히 연습하니 나도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되는 것 같다.
▲경기할 때 자신의 장점은.
(한)=어릴 적부터 시합할 때 ‘포커페이스’가 잘 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지금도 잘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게 가장 큰 장점 같다.
(장)=주변에서 스트로크 파워가 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멘탈도 좋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특히 파워 좋다는 말은 당구 처음 시작할 때부터 들어왔다. 요즘은 오히려 힘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인데 평소에는 뭐하고 지내나.
(한)=사실 당구 외에는 달리 하는게 없다. 취미라 하면 청소 정도? 3개월째 자취 중인데, 부모님과 같이 살 땐 청소를 잘 안했는데 내 집이 생기니 매일 청소하게 된다. 깨끗해지는 집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청소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도 좋다. 청소가 끝나면 에어컨 틀어놓고 당구경기를 보거나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곤 한다.
(장)=나도 지은언니와 마찬가지로 당구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생활이 당구장 아니면 집이다 보니 다른거 할 틈이 거의 없다. 그나마 요즘 화장하는 거에 관심이 많이 가고, 지은언니처엄 청소 같은 집안일을 즐겨한다. 특히 나도 올해 자취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힘들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혼자있는게 너무 좋다. 구미에 있을 땐 부모님이 매번 나를 따라다니셨는데, 이제 벗어나게 되니 자유로워서 좋다. 물론 이건 부모님과도 공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으로 나가도 상관없다. 하하.
▲둘이 서로 평소에도 친한가.
(한)=연맹 시절부터 시합장서 워낙 자주 마주치는 사이였다. 사실 그럼에도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으나 최근 급속히 친해졌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원주인터불고(월드그랑프리) 대회 때 서로 옆방이어서 자주 왕래하다 보니 많이 친해지게 됐다. 가연이는 친해지기 전까지는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좀 어려웠으나, 친해지고 나니 너무 착한 동생이란걸 느꼈다. 특히 성격, 성향 면에서 나와 은근히 비슷한 면이 많아 동질감도 많이 느끼고 편하다.
(장)=5~6년 전 쯤 전국대회 첫 시합 때 언니에게 진 기억이 난다. 그 때 언니를 처음 만났다. 최근 언니와 베트남 허리우드슈퍼컵에 같이 갔는데, 그 계기로 굉장히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언니는 일단 성격이 너무 좋고, 내게 엄청 잘해준다. 특히 평소에 조용한 편이지만 가끔 이상한 농담을 하는데, 그게 엄청 웃기다. 하하.
▲어린 나이인데, 당구선수로서 고충도 많을 것 같다.
(한)=최근 어깨가 너무 결리고 목도 뻐근하다. 시합 전에 목에 담이 와서 도수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을 항상 병행한다. 그 때문에 그나마 관리가 되는 것 같다.
(장)=사실 내 성격이 워낙 무던해서인지, 별다른 고충이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굳이 꼽자면 공이 잘 안 맞을 때인데, 그것도 더 많은 연습으로 푼다. 당구로 받은 스트레스를 당구로 푸는 셈이다.
▲스포츠 선수라면 역시 무자비한 악플을 피하기 어려울텐데.
(한)=유튜브 영상을 통해 내 플레이를 복기하다 보면 옆에 실시간 채팅창에서 “쟤는 저런 것도 못 치냐” “쟤가 무슨 아마추어 1위 출신이냐”와 같은 악플을 자주 본다.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사람이면 쉬운 것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나쁘게만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악플을 크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달리 상처받은 적도 없다.
(장)=집에서 심심할 때 한번씩 (악플을)보는데, 보다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나 또한 지은언니처럼 욕하는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상한 댓글들이 많아 재밌다.
▲LPBA서 우승하면 하고싶은 세레머니가 있나.
(한)=전국대회 때는 우승하면 간단한 포즈만 취했는데, 프로에선 어떨지 아직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고민해 봐야겠다. 아마 눈물이 날 지도 모르겠다. 2018년 한밭배에서 우승하고 인터뷰할 때 눈물을 보인 적이 있긴 하다.
(장)=성격상 원래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LPBA에서 우승하면 너무 좋아서 경기장을 막 뛰어다닐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한)=성적이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올 시즌에는 개인투어와 팀리그서 모두 우승하는 게 목표다.
(장)=명확한 목표를 두기보다는 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다. 올 시즌 내내 꾸준히 본선을 밟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그러다 보면 언제 결승무대도 한번 밟지 않겠나. 팀리그에서도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한)= 경기장까지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 많은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경기장에는 못 오시더라도 유튜브 댓글 등으로 응원하며 지켜봐 주시는 팬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장)=넘치는 사랑과 관심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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