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들, 미 규정 우회하려 한국과 협력 모색"

블룸버그 "최근 4개월간 5개 배터리 공장에 5조원 투자 발표"
"中 차단 美 노력 훼손"…"공급망서 中 배제 불가능" 주장도

포스코-중국 CNGR 협력 발표 지난달 21일 포스코홀딩스가 중국 CAGR와 이차전지용 니켈 및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이용하고자 한국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한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중국 기업들과 한국의 파트너들은 한국 내 5개의 배터리 공장 신설에 5조1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은 최소한 한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더 많은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제작돼 미국산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고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업체인 닝보 론베이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는 지난주 한국에서 공장 설립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배터리용 삼원계 전구체(ternary precursors) 약 8만t을 생산하게 된다.

이 회사 측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IRA 법상 핵심 광물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SK온은 지난 3월 중국 기업과 전구체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고, 중국의 저장 화유코발트는 올해 초 LG그룹 화학 자회사, 포스코퓨처엠과 합작투자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SK온과 LG가 체결한 계약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IRA의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계약 조건들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전구체 선두기업인 중국 CNGR(중웨이·中偉)와 니켈 제련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및 배터리 재료 공급망을 지배하며 전구체 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기차 셀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에 공급되고 있으며, 이들 한국 회사는 다시 GM과 테슬라, 폭스바겐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에 제공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길 원하나 그들의 깊은 관계는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일부 중국산 부품이 포함될 수 있도록 로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기업들의 제휴 움직임에는 우려와 함께 긍정적인 기대가 함께하고 있다.

KB증권 애널리스트 제임스 리는 블룸버그에 미국이 언제든 IRA 세금 혜택에서 이들 합작 투자를 제외할 수 있어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기업과의 제휴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탓에 LG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화유코발트의 합작법인 지분을 매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내 분석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이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배터리 리서치 회사인 SNE 리서치의 제임스 오 부사장은 "미국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중 협력을 금지하면 미국은 결코 전기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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