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 발목 잡는 '차이나 리스크'…더욱 중요해진 韓 성과[차준호의 썬데이IB]

2023. 7. 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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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주요 LP들 아시아펀드 내 중국자산 우려 커져
중국자산 비중 큰 칼라일 등 자금모집에 애먹어
베인·TPG는 자금모집 순항…韓日에서 강점 보여
"中에 기회 있다"는 MBK파트너스 6호 펀드 조성 여부 관심
이 기사는 07월 28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수십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초대형 글로벌 PEF들이 속속 펀드레이징을 마무리하고 있다. 올해 펀드레이징은 중국 시장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투자 비중이 적은 PEF로 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 내수시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투자 비중이 큰 글로벌 PEF들이 자금모집에 고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한·중·일에서 투자 대상을 찾는 아시아 펀드에서 중국 투자 비중이 축소되면서 이를 대체할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中 비중 적은 아시아펀드는 속속 펀드레이징 마무리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77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5호 펀드 조성을 최근 마무리했다. 60억달러 정도의 자금 모집을 예상했지만 투자자 수요가 몰리며 펀드 규모를 늘렸다. 2018년 45억달러 규모로 조성된 4호 펀드보다 60% 이상 커졌다. 

TPG도 순항하고 있다. 연말까지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60억달러 규모의 8호 펀드 조성에 돌입했는데 이미 40억달러 이상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이 3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확약하는 등 기관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두 펀드 모두 아시아 펀드 투자자산 중 중국 단일 비중이 크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한중일은 물론 호주 인도 등에 두루 투자해왔다. 특히 일본 투자에 강점을 보인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카버코리아를 유니레버에 3조에 매각하면서 대박을 거두기도 했다. 직전 4호 펀드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업체인 클래시스를 9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활발한 투자 성과를 보였다.

TPG도 카카오와 합작해 카카오모빌리티를 설립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 소수지분 투자, 바닥재 전문기업 녹수 인수 등 다양한 한국 내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최근엔 화장품 패키징 업체인 삼화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TPG의 아시아펀드도 경쟁사 대비 중국 비중이 적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호주 및 한국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된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반면 중국 자산이 비중이 큰 주요 글로벌 PEF들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대형 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라일은 85억달러 규모의 신규 아시아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첫 클로징에서 30억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홍콩계 대표 PEF 운용사인 PAG도 90억달러 모집을 목표로 펀드레이징에 나섰지만 목표를 60억달러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자금 모집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韓 시장 중요성 커져…글로벌PE 각축전되나

2020년에서 2021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칼라일을 포함한 일부 글로벌 PEF는 중국 내 금융기업 및 테크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거뒀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에 소극적으로 투자했던 베인캐피탈, TPG 등은 상대적으로 중국 비중이 적어 출자자들의 성토를 받기도 했다. 2~3년 사이 투자 환경이 급변하면서 상황이 정반대 입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한 글로벌 PEF 고위 관계자는 "미국 주 정부 자금이나 공무원 기금 관계자들을 만나면 처음부터 '노 차이나'라고 못을 박는 경우도 있다"라며 "중국 내 투자 자산이 크거나 주요 파트너들이 중국인인 글로벌 PEF들은 당분간 펀드레이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간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글로벌 PEF 내에서도 중국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 내 투자 성과가 더욱 중요해질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잠재 매물은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을 보유한 글로벌 PEF간 경쟁으로 가격은 더욱 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 모집에 나선 토종 PEF들에게도 LP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 LP 모집에 나선 UCK파트너스는 후속 펀드인 3호 블라인드펀드의 25% 가량을 해외 LP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 애초 80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출자자 요청이 쏟아지며 펀드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메디트의 투자 회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LP들에게 한국 내 탄탄한 신흥 GP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주요 파트너들의 이탈로 내분을 겪고 있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후속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상훈 전 한국 총괄 대표가 파트너간 갈등으로 퇴사한 데 이어 강점을 보여온 호주팀도 현재 와해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투자 자산 중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MBK파트너스가 10조원 이상 규모로 준비중인 6호펀드 조성에 순항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피력해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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