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미혼과 기혼 누가 더 행복? 자녀 있어 행복하려면?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이른바 비혼 청년들이 늘고 있고 또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분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로 삶에 만족하면서 사는 쪽이 어느 쪽일까, 이걸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서요?
<기자>
특히 이른바 워라밸, 일과 여가 시간 사이의 균형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설문조사해 본 건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혼자가 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 시간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더 행복했는데요.
아이가 없는 것보다 아이가 1명 있으면, 그리고 1명보다는 2명 이상일 때 대체로 삶에 더 만족하더라는 겁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 그러니까 워라밸에 대해 지난해 성인 남녀 2만 2천 명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에서 취업자 1만 7천500여 명만 따로 집중 분석한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31일) 응답자 중에서 기혼 유자녀 여성들은 모두 워킹맘입니다.
일단 삶에 대한 만족도와 워라밸 모두 1점부터 7점까지 점수로 환산했습니다. 4점이 기준입니다. 4가 넘어야 만족에 가깝고 숫자가 클수록 만족도가 큰 겁니다.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4.47 수준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살고 있는 정도, 하지만 굳이 말하면 만족에 가깝다. 이런 정도로 볼 수 있는 숫자입니다.
<앵커>
그러면 워라밸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는 집단이 어디인가 궁금한데, 어떤 집단인가요?
<기자>
일단 기혼자들이 대체로 더 좋았습니다. 20대만 예외입니다. 20대에 결혼하면 결혼 안 한 친구들보다 워라밸이 훅 떨어집니다.
그런데 30대부터는 모든 연령대에서 기혼자가 워라밸이 더 좋고 50대로 가면 차이가 꽤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기혼자들 중에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고 없고를 나눠 봤는데요.
이거는 좀 예상대로입니다. 아이가 없는 기혼 남녀의 워라밸이 더 좋습니다.
남성은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워킹맘들의 워라밸이 훅 떨어지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맞벌이여도 여전히 양육 부담을 여성들이 조금 더 지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30대에서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어도 어린 나이대죠.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 가기 전이냐 아니냐로 구분 지어 봤더니 초등학교를 가고 나면 대체로 나아지기 시작합니다.
40대인데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를 안 갔다. 이 사람들의 워라밸이 초등생 이상 큰 자녀를 둔 사람들과 가장 차이가 컸습니다. 약간 늦게 낳으니 많이 바쁩니다.
워라밸이 가장 떨어지는 집단은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를 안 간 맞벌이 거나 한부모인데 가구소득이 월평균 300만 원 미만인 경우였습니다.
이 집단이 기혼이면서 아이가 있는 가정 중에서 유일하게 워라밸이 4점 미만 불만족에 더 가깝다고 답했습니다.
저소득 미취학 아동 가정에 정책적인 도움이 더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자녀가 있으나 없으나 워라밸이 삶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좀 클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워라밸이 떨어지면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집의 행복감이 아이가 없는 집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워라밸에 좀 만족하는 편이면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 가기 전의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제일 행복해했습니다.
5.28점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에서 눈에 띄게 높은 점수입니다.
유자녀 가정 중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의 삶의 질이 높은 편이었어요.
역시 자식은 어려서 효도를 다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맞는 건가 싶기도 한 결과인데요.
아무튼 일과 여가 사이에 균형이 좀 잡히기만 해도 어린 자녀 맞벌이 부부가 제일 행복하더라는 겁니다.
퇴근이 늦는데 아이를 낳고 행복하라고 할 순 없다.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숫자입니다.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는 평균적으로 유자녀일수록 높았습니다. 특히 아이가 둘 이상 돼야 삶에 대한 만족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워라밸 좋은 4인 가정 맞벌이가 제일 행복하다고도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이걸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힘들어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오손도손 살다 보니 더 행복해진 측면도 분명히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여건 되는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두면서 기혼자들 중에서 삶의 질이 특히 처진다고 답한, 워라밸이 떨어지는 유자녀 가족의 부담을 나눠질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좀 더 보강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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