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신용도 ‘빨간불’…진짜 위기는 내년?
태영건설·한신공영 신용도 하락
롯데건설·HDC현산·일성건설·벽산엔지 강등 가능성
"부동산 PF가 시장의 뇌관될 것"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공사미수금 회수 부담이 큰 건설사를 위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입금과 회사채 이자비용이 높아지는 등 자금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평사 3사, 하반기 건설업 업황 ‘비우호적’
30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건설업의 하반기 사업환경에 대해 ‘비우호적’,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건설사는 태영건설(009410)과 한신공영(004960)이다. 한신평, 한기평, 나신평은 상반기 정기평가를 통해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신평, 한기평은 한신공영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태영건설은 다수의 사업장에 PF 신용보강을 제공해 3월 말 기준 PF 보증 규모가 2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분양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커 재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신공영은 지난 2018년 이후 대규모 자체사업과 도급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외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는 4곳이다. 한신평과 나신평은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부정적)’로, HDC현대산업개발을 ‘A(부정적)’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급 및 전망을 ‘A(부정적 검토)’에서 ‘A(부정적)’로, 일성건설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로 내렸다. 벽산엔지니어링은 한기평 정기평가에서 ‘BB+’ 등급은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그동안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 여러 가지 금융기법으로 상품을 만들어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적은 자기 자본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냈다”면서 “10년을 돌린 대가가 이제서야 청구서로 돌아왔다. 그동안 풀렸던 유동성의 크기가 워낙 커서 조그마한 불씨가 전체적인 위기로 번질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신평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책임준공 의무와 관련해 추가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부동산 PF가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하반기에도 시멘트 가격 상승 등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원가 부담이 이어져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차입 부담은 지난해 이후 PF 우발채무 대응을 위한 자금소요와 매출 확대에 따른 공사미수금 등 운전자금 증가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
홍석준 한신평 실장은 “하반기 이후에는 BBB급 건설사뿐만 아니라 A급 건설사 중에서도 최근 업황 저하에 대한 대응 수준에 따라서 등급조정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GS건설의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건설업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다. GS건설의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역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신규 수주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이러한 경우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계약 해지가 늘어나며 수주잔고가 줄어들었다. 이후 신평사 3사 모두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린 바 있다.
홍 실장은 “HDC현대산업개발 사례와 같이 결국 시공역량을 포함한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PF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차환 리스크 등의 영업이나 재무적 파급 영향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GS건설 사태가 사업경쟁력,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훼손 요인으로 판단될 경우 즉각적으로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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