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책의 역할 강조하더니 출판계에 호통만… ‘K-북 비전’ 의 민낯

박동미 기자 2023. 7. 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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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다음 달 17일 출판 위기 극복을 위한 집회를 예고했다.

출협은 지난 6월 집회 신고를 마쳤다면서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을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의 충돌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교롭게도 이제 문체부와 무관하지 않게 됐다.

출판 진흥에 있어, 출협의 든든한 파트너여야 할 문체부가 '빌런'(악역)이 된 형국이라서다.

문체부는 지난 6월, K-컬처의 근간인 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K-북' 비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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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다음 달 17일 출판 위기 극복을 위한 집회를 예고했다. 출협은 지난 6월 집회 신고를 마쳤다면서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운영을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의 충돌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교롭게도 이제 문체부와 무관하지 않게 됐다. 출판 진흥에 있어, 출협의 든든한 파트너여야 할 문체부가 ‘빌런’(악역)이 된 형국이라서다.

문체부는 지난 6월, K-컬처의 근간인 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K-북’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진정 K-북에 비전을 품고 있는지 말이다. 도서전 갈등만 봐도 그렇다. 민간단체인 출협이 40억 원 예산 중 약 7억7000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하는 도서전은 올해 13만 명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재고 떨이’라는 오명을 벗고 작가와 독자를 위한 축제가 됐고, 불황 속에서도 세계 출판인들의 교류는 활발했다. 그렇다면, 도서전이야말로 ‘K-북’의 핵심이다. ‘K-북 비전’이 “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선두주자”를 표방한다는 걸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체부는 축제가 끝나자마자 공격 태세다. 도서전 운영에서 ‘한심한 탈선’과 ‘도덕적 타락’이 감지됐다는 것. 실제로 불법이 있었다면, 감사를 마친 후 적법한 방식으로 처리하면 될 일을 모호한 말로 의혹만 제기했다. 그러면서 출협과 싸움 구도를 만들었으니, 범문화계가 그 목적과 방식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것도 당연하다.

산하기관을 향한 ‘호통’도 비합리적이다. 문체부는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의 사업운영이 부실하다고 했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말들이다. 번역원에 대해서는 2021년 번역 지원이 결정된 14건 중 현지 출판이 한 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번역과 출판에 대한 몰이해다. 문학 번역은 작품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고, 해외 출판 시장은 뚫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출판진흥원이 교양·학술 도서를 국고로 구매하는 ‘세종 도서 사업’은 심사기준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 틀을 만든 건 정작 문체부다. ‘누워서 침 뱉기’까지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책 만드는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출판 관계자의 말이다. K-북이 소중하다면, 책을 읽고, 만들고, 권하는 모든 이들도 소중히 해야 한다. 그들이 오랜 세월 일궈놓은 생태계, 그와 함께 축적한 문화적 가치까지 말이다. 그렇지 않고선 어떤 출판 정책을 내놓아도 공감 아닌 공분만 사게 될 것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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