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2차전지社 "전기차용 BMS 연내 개발 완료…25년 매출 1조"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스마트폰 시장 섭렵 이어 중대형 배터리 진입
북미 최대 로봇회사 로봇개 생산 참여, 신사업
KT&G 전자담배 ODM 사업은 '캐시카우'
“전기차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기술 개발을 연내 완료하면 내년부터 상용화 예정입니다.”
2차전지 보호회로 생산 주력 기업인 아이티엠반도체 나혁휘 대표는 31일 충북 청주 오창 본사 사무실에서 준비중인 야심작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전기차용 BMS란, 사전에 전압, 전류 등을 조절해 배터리 폭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체계다.
현재 아이티엠반도체가 만드는 2차전지 보호회로는 전세계 주요 스마트폰과 이어폰, 무선청소기 등에 들어간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정부 과제로 연말까지 수행하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다. 나 대표는 “리튬은 4.5볼트 이상 넘어가면 과열로 인해 폭발 가능성이 큰데 업체들마다 요구하는 한계치가 있다”며 “몇 볼트 이하로 요구하면 그에 맞춰서 함께 설계하고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배터리 열풍에 불자, 분야를 막론하고 너도 나도 신사업에 ‘2차전지’를 추가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중견·중소기업과 달리 아이티엠반도체는 2000년부터 2차전지 한우물을 팠다.
효성 출신의 나 대표는 2차전지 산업의 미래 비전을 보고 1999년 회사를 나왔다. 나 대표는 “1993년부터 2차전지를 파고들었다”며 “당시에도 미래산업이라고 해서 주요 대기업들이 전부 뛰어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1998년 외환위기가 오면서 소수 대기업을 빼곤 2차전지 사업을 철수했다”며 “당시 배터리와 폭발방지용 보호회로를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2000년에 창업한 뒤 이 부분을 국산화에 성공해 3분의 1가격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내장형 배터리가 보편화됐지만, 과거 삼성 스마트폰은 배터리 탈부착 방식이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초기에 배터리만 따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팩을 만들면서 성장했고, 현재는 2차전지 보호회로 분야 세계 정상이다.
아이티엠반도체 기술의 핵심은 ‘경박단소(輕薄短小)’다. 가벼우면서 얇고, 짧으면서 작다는 의미로, 이를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그 회사의 기술력을 좌우한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손톱 보다 작은 크기의 반도체 칩 하나로 2차전지 BMS를 담아냈다. 나 대표는 “우리가 만들기 전까지는 중국·대만 기업들의 무대였다”며 “기존 보호회로가 오픈형에 상대적으로 컸다면 우리는 이를 ‘원칩’화해서 사이즈를 반으로 줄이고 칩을 몰딩(밀봉)화 시켜서 방수기능이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에만 170억원을 투자하는 등 매년 100억원 이상 투입하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2차전지 보호회로 기술력을 앞세워 로봇 사업과 전자담배 기기 생산 등으로 영역을 뻗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로봇개 생산에 참여하면서 로봇 사업에서도 결실을 봤다. 나 대표는 “3년 전부터 미래 사업을 준비했고, 기회가 닿아 북미 최대 로봇 생산업체와 손을 잡게 됐다”며 “로봇 파워구동모듈 핵심 부품을 양산해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3억개 기기 생산이 가능한 전자담배는 아이티엠반도체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지난해 2월 KT&G의 전자담배 하이브리드 모델에 사용되는 카트리지 양산을 시작했다. 이어 신규 전자담배 기기를 생산자 개발방식(ODM)으로 양산해 공급해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견인하고 있다.
2000년 사업 시작 후 꾸준히 상승세였던 아이티엠반도체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해 최근 3년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약 6334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에서 161억원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반등하고 있다. 나 대표는 “지난 3년 정말 힘들게 버텼다”며 “줄었던 수요가 다시 늘었고, 2차전지, 로봇, 전자담배에서 성장세를 보이면서 내후년 매출 1조원을 넘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창=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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