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기후위기 해법 될까
[주간경향]과거엔 10년에 한 번꼴이던 폭염의 발생 확률이 4배로, 폭우의 가능성은 1.5배로, 가뭄의 가능성은 2배로 늘어난다. 지구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후 1.5℃ 상승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2℃가 된다면 폭염의 확률은 6배, 폭우의 확률은 1.7배 증가한다. 이미 1.1℃ 올랐고, 2030년이 되기 전 1.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라면 지구 온도 상승은 2100년 이전에 3.2℃에 이르리라 추정된다.
인류가 1.5℃라는 그나마 나은 선택지로 가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거의 모든 탄소 감축 시나리오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파국을 향해가는 기후위기의 시계를 멈추거나 거꾸로 돌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에겐 강력한 수단이 있다. 나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10억헥타르의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물 재배지와 소 방목장이 들어섰다. 경운(쟁기질)으로 토양 속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나무를 심고, 숲을 복원하고, 무경운 농업을 장려하는 자연 기반의 해법으로 탄소 수십억t을 땅으로 되돌릴 수 있다. 식물성 위주로 식습관을 전환하면 산림 훼손과 메탄을 배출하는 소 사육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자연 기반 해법으로 연간 350억~400억t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식물 바이오매스를 수집하거나 수확한 후 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거나 바이오연료로 변환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이라는 식물 기반 접근법도 있다. 이산화탄소를 자체 생산한 전기로 포집·압축한 후 지하에 저장해 대기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 2019년 이런 시설로 제거한 이산화탄소는 약 150만t이다. 감축 잠재력은 연간 35억~52억t으로 추정된다. 현무암을 캐내 분쇄한 후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탄산염으로 활용하거나 다시 땅에 묻는 풍화작용 증진법도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되는 풍화작용을 수십 년으로 단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탄소 제거 수단으로 부상한 DAC
일군의 과학자들은 공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기술에 주목했다. DAC(Direct Air Capture)로 불리는 기술이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굴뚝이라는 고정된 배출원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0.042%다. 공기 중의 다른 기체 분자 2500개당 약 1개꼴로 존재한다. 반면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10~18%이다. 배기가스의 분자 10개 중 최소 1개가 이산화탄소라는 뜻이다.
현재 DAC는 고체(S-DAC)와 액체(L-DAC) 두 가지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고체 기반 DAC 기술은 이산화탄소와 화학적으로 잘 결합하는 아민 성분이 들어간 고체 흡착제 필터를 사용한다. 현재 석유화학업체가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걸러낼 때 쓰는 방식과 유사하다. 액체 기반 DAC는 수산화물 용액에 공기를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이다. 아민과 수산화물을 가열하면 원래의 성분으로 재생되는데 이런 과정을 반복해 거치면서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다. L-DAC에서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할 때 약 4.7t의 물이 필요하다.
DAC는 자연 기반 해법과 달리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지 않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제품이나 원료 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포집 비용이 다른 탄소 제거 방식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는 점이다. 공기 중에 희석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일은 “건초더미를 뒤져 바늘을 골라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포집 규모가 연간 1메가톤(Mt) 이상인 대규모 DAC 시설은 운영된 적이 없어 비용 추정치가 제각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DAC 업체·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1t당 200~700달러로 추정된다. BECCS를 통한 탄소 제거 비용이 15~80달러, 조림·재조림은 10달러, 풍화 기반 접근법이 75~25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운송하고 저장하는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이 비용을 포함하면 600~1000달러까지 올라간다.
업계는 그러나 포집 비용이 향후 10년 안에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소비 저감 기술 개발과 대규모화(L-DAC의 경우 100만t에서 500만t으로 확대 시 50% 절감), 정부의 세재 지원, 그리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속가능한 항공유(SAF)와 같은 합성 연료로 만들어 팔 경우를 포함한 가정이다. 업계 목표치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1t당 100달러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1년 11월 10년 안에 DAC 비용을 1톤당 100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1t의 탄소를 제거했다는 증명서(탄소제거권)와 1t의 탄소를 배출해도 된다는 허가권(탄소배출권)은 기업 입장에서는 같기 때문에 탄소 제거 가격이 탄소배출권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와야 한다. 결국 탄소를 배출하는 비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DAC 시장의 활성화가 좌우된다. 지난 7월 20일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DAC를 주제로 주최한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DAC 스타트업 ‘캡처6’의 박형건 부사장은 “유럽연합에서 배출권 거래제에 탄소제거권을 편입시키려는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지금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바로 편입되지는 않고 별도로 운영될 것 같지만 배출권 가격은 올라가는 추세고, 제거권은 낮아지는 추세라 만나는 시점에는 통합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7개의 DAC 시설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이들 시설에서 포집하는 양은 모두 합해 연간 1만t 정도다. 앞으로 최소 130개의 DAC 시설을 계획 중인데, 모두 배치된다면 2030년 시점에서 포집하는 양은 연간 7500만t으로 전망된다. 1.5℃ 제한을 이루기 위해 약 4000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해야 한다. 비용은 많이 드는데, 제거하는 양은 적으니 DAC에 희망을 걸면서도 선뜻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용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DAC에 대한 기술투자가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탄소 포집·활용·저장 투자의 일부로 추진 중이다.
DAC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DAC로 1t을 포집할 때 180달러의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인프라법에서는 미국 내 4개 DAC 허브 설립에 35억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연합(EU)은 DAC(2030년 연간 500만t)를 포함해 2030년까지 연간 최대 50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기로 했다. EU 혁신기금의 자금지원, DAC 등으로 만든 SAF 도입도 이뤄진다. 영국은 지난 3월 DAC를 포함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 최대 200억파운드(약 33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도 지난 1월 CCUS, DAC를 포함해 2030년까지 연간 600만~1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화석연료 지속 위한 논리로 악용 소지
한국도 2030년까지 145조원을 투자해 기후테크와 기후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여기에 DAC가 중요 기술로 포함됐다. DAC는 한국 100대 핵심녹색기술의 하나로도 지정됐다. 올해 3월 과학기술부가 84억원 규모의 DAC 원천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공고를 내면서 관련 R&D 지원도 시작했다. 2025년 이후 소규모로 실증 사업을 벌이고 2040년 이후 대규모 실증 사업 및 상업화를 예정하고 있다. 초기 목표는 하루 10kg 정도를 생산하는 DAC 기술 확보다. DAC 과제를 맡은 박영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단장은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규모 격상이 가능한 공정 기술을 같이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비싼 게 가장 큰 문제라 흡수능력을 향상하고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혁신 소재와 공정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DAC는 아직 굉장히 비싼 기술이다. 업계의 전망은 아직까진 희망사항일 뿐이다. IEA에 따르면 DAC로 1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면 시설 건설에만 1700만~3600만t의 강철과 콘크리트, 구리와 알루미늄이 들어가고, 액체 용매와 고체 흡착제 제조에 300만~700만t의 화학약품이 필요하다. 연간 1억t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하려면 최대 500억t의 물과 6엑사줄의 에너지(2021년 국내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약 절반)가 필요하다. 특히 이런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할 경우 포집한 것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도 있다. 미국 뉴스쿨대 사회연구소는 포집한 탄소를 운반·저장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탄소 배출량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DAC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은 스위스의 클라임웍스가 2021년부터 아이슬란드에서 운영하는 ‘오르카’다. 세계 최초 DAC 설비를 설치해 탄소 포집에 성공한 업체인데, 아이슬란드를 택한 이유는 풍부한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 비용을 아끼고 운영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렇게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더라도 시설 투자와 운영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전주기 평가’를 하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DAC에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할 바에야 그 비용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쓰는 게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매년 400억t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DAC로 제거하는 양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등 감축 효과가 검증된 분야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농도 배출원을 통제하지 않고, 공기 중 희석된 이산화탄소 제거에 비용을 들이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은 “더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도 산업화 이후 200년간 쏟아낸 양이 대기 중에 많아 온실효과를 계속 내니 그것이라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거기 들어가는 에너지는 무탄소 에너지원이어야 하고, 지열 같은 무탄소 설비를 구축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얼마나 큰지, 그 시설의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양과 설비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의 비교해 플러스·마이너스가 명확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러면서 CCUS나 DAC가 화석연료 퇴출을 지연시키는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은 ‘조족지혈’이라 더 이상 배출을 안 하는 게 답이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보다 그 기술로 계속 화석연료를 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실제 배출을 지속하게 하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돈이 있다면 쉽고 빠른 길인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게 맞다.”
재생에너지·자연기반 해법 우선해야
해외 과학계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나온다. 마크 제이콥슨 스탠퍼드대학교 교수(토목·환경 공학)는 2019년 ‘영국 왕립 화학협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풍력을 사용해 (DAC)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면 천연가스 터빈을 사용할 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한다”면서도 “탄소를 포집하지 않고, 풍력을 사용해 석탄(발전)을 대체하면 이산화탄소나 대기오염물질 배출에서 비롯하는 총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데 쓰지 않고, DAC나 CCUS 같은 설비를 돌리는 데 쓴다면 항상 사회적 총비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대학의 지구과학자이자 글로벌탄소프로젝트 의장인 롭 잭슨은 2022년 나온 <기후 책>(그레타 툰베리 등 공저)에서 DAC 소개를 맡았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글을 쓰려니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 제거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면 애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자연기반 기후 해법을 실행에 옮겨야 하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숲과 토양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생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화석연료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조치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제거 기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 정부는 다분히 우려스럽다. 한국은 지난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0년 국가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CCUS와 DAC를 포함한 탄소 감축·제거에 높은 비중을 부여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B안에는 205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전부 전기·수소차로 바꾸지 못한 상황을 가정하면서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 740만t을 DAC로 포집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은 DAC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모든 탄소 감축 시나리오에서 DAC를 소개하면서 항상 ‘마지막 수단(the last resort)’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결국 기술적인 희망은 있지만, 전환(발전)과 건물, 산업 등 각 분야에서 탄소를 줄일 만큼 줄여 더 이상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지막에 쓰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공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만큼 에너지 소모가 큰데, 이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돌릴 때만 그나마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DAC의 가격이 떨어져 EU의 탄소 가격과 완전히 동떨어진 수준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사업이 촉발될 수 있는 환경은 될 것”이라면서도 “탄소 다배출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이걸 ‘게임 체인저’처럼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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