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선방한 4대금융…하반기 맘 졸이는 까닭

김국배 2023. 7. 31. 08: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16조 이자이익에 역대급 이익 올려
3분기엔 KB 뺀 3개 금융지주 실적 하락 전망
합산 순이익 4조1923억원 추정
예대금리 차 줄고, 연체률 부담 커져
/뉴시스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상반기 대체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줄고, 은행 연체율이 고개를 들면서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한 돈) 적립 확대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3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합산 순이익 4조19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4조9506억원)보다 15.3% 줄어든 수치다.

그룹별로 보면 3분기 신한지주(1조1135억원)가 31.2%, 하나금융(9110억원)은 19.8%, 우리금융(8635억원)은 7.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1조3043억원)만이 유일하게 플러스(3.2%)로 추정됐다. 다만 4분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3.8% 늘어난 9조182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대출 부실 우려 등에 막대한 충당금을 쌓은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비이자이익 선전했지만…‘이자 장사’ 치중 여전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에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배경에는 고금리로 불어난 이자이익이 있다. 핵심 계열사인 4대 은행이 거둬들인 이자이익만 상반기 16조6598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8.6% 늘어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4조810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신한은행(4조1189억원), 하나은행(3조9732억원), 우리은행(3조7573억원) 순이다.

비이자이익의 확대도 눈에 띄었다. 4대 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6조9114억원으로 1년 전(4조3277억원)보다 59.7% 늘었다. 우리금융(-22%)을 제외한 3개 금융지주(KB 105.5%, 하나 196.5%, 신한 21.5%) 모두 비이자이익이 커졌다. 유가증권, 보험 손익 증가 등의 영향이다. 다만 여전히 지주 이익의 대부분을 은행이 차지하고 있어 수익구조가 ‘이자 장사’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순위 싸움도 치열했다. 금융권 왕좌자리인 ‘리딩뱅크’는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낸 KB금융(2조9967억원)이 신한(2조6262억원)을 밀어내고 차지했다. 3등인 하나(2조209억원)는 반기 최초로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유일하게 순이익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한 우리(1조5386억원)는 NH농협(1조7058억원)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실적 발표 뒤 50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며 “우리은행 리더인 지점장들이 결코 후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해서 상반기 어닝쇼크를 하반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로 되돌리자”고 주문했다.

하반기에도 지속? 미지수

하반기까지 좋은 실적이 이어질 수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예대금리 차 축소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3분기엔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8일 공시된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치 차(신규 취급액 기준)는 0.93%포인트로,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만에 1%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예대금리 차가 클수록 늘어난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연체율도 부담이다. 5대 은행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작년 한 해와 맞먹는 2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정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29%로 1년 전인 작년 6월 0.1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거기다 9월이면 소상공인에게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황을 유예했던 코로나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돼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위기대응 능력 강화 차원에서 은행권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4대 금융의 역대 최대 순이익에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도 강해질 수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둔화가 예상된다. 김재관 KB국민은행 부행장(CFO)은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NIM의 하락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고 조달비용 부담이 확대돼 하반기 NIM은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은 가계 대출 수요 부진, 대출 금리 경쟁 심화 등으로 당분간 이자이익 둔화 흐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