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레디 삼진 악몽이 다시 생각나다니… 마가 낀 한화 외인 타자, 이젠 교체도 못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대개 타자에게 있어 삼진은 최악의 시나리오, 투수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타자가 안타 등 결과물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인플레이타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삼진은 그 인플레이타구 확률을 0%로 만든다. 운도 따를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볼넷/삼진 지표는 타자나 투수나 앞으로의 활약을 예상하는 선행 지표로 뽑힌다. 이 비율이 낮은 극단적인 홈런 타자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롱런하기는 쉽지 않다. 방망이에 맞아야 뭔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 외국인 타자들은 이 비율이 역대 최악급으로 흘러가고 있다. 마가 낀 것 같은 기분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나름 괜찮은 활약을 했던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 대신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터크먼은 공‧수‧주 모두에서 견실한 선수였지만 상대적으로 홈런은 부족했다. 한화 타선에는 장타가 부족했고, 오그레디가 그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그레디는 얼마 되지 않아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22경기에서 타율 0.125에 빠진 것도 충격이었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더 문제였다. 삼진이 너무 많았다. 오그레디는 22경기에서 86타석을 소화했는데 무려 40개의 삼진을 당했다. 삼진 비율은 46.5%. 표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역대급 삼진 비율이었다. 반대로 볼넷은 5개를 고르는 데 그쳤다.
삼진이 적고, 볼넷이 많고, 인플레이타구가 많았다면 힘을 갖춘 타자인 만큼 조금 더 기다려볼 여지가 있었다. 한 번 감을 잡으면 성적을 반등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볼넷/삼진 비율은 오그레디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점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됐고, 결국 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를 영입하며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문제는 윌리엄스도 이 비율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윌리엄스는 30일 인천 SSG전까지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189, OPS(출루율+장타율) 0.535에 머물고 있다. 홈런 두 개를 치기도 했고 그래도 최근 경기당 안타 하나씩은 쳐주는 양상이다. 그러나 삼진/볼넷 비율이 너무 좋지 않다. 오그레디 악몽이 다시 생각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윌리엄스는 18경기에서 76타석을 소화했는데 이중 삼진이 25개였다. 비율로는 32.9%다. 오그레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높은 수치다. 반면 볼넷은 단 하나를 고르는 데 그쳤다. 볼넷/삼진 비율이 0.04인데 최악이다. 표본이 적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30일 인천 SSG전에서도 ‘삼진의 해로움’이 잘 드러났다. 최근 타격감 부진에 7번까지 내려간 윌리엄스는 이날 4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 2사 1,2루 득점권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며 타점을 생산하지 못했고, 6회 삼진에 이어 8회 마지막 기회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씁쓸하게 경기를 끝내야 했다.
특히 1-4로 뒤진 8회는 마지막 추격 기회였다는 점에서 뼈아팠다. 한화는 8회 대타 김인환이 우전안타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고, 이어 하주석이 다시 우전안타를 때리며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윌리엄스였다. 3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 외국인 타자라 번트 등 작전이 걸릴 만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윌리엄스가 어찌됐건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어 뭔가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결국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다시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윌리엄스의 삼진에 후속 타자들은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박상언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최정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며 추격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윌리엄스는 답답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오그레디와 윌리엄스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오그레디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거포 유형이고, 윌리엄스는 그에 비하면 조금 더 안전한 스타일로 여겼다. 실제 윌리엄스의 헛스윙 비율이 오그레디보다 높은 건 아니다. 그러나 파울이 너무 많고, 이는 아직 윌리엄스가 KBO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수 있다. 2S 이후 콘택트에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그레디는 교체라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선수가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품어볼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 한화는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썼다. 윌리엄스는 뒤가 없고, 어떻게든 적응해야 하는데 볼넷/삼진 비율과 타구 속도, 내야 타구 비율 등 전체적인 지표에서 아직은 부정적인 숫자가 훨씬 더 많다. 한화의 외국인 타자 농사가 지독히도 풀리지 않고 있다. 깜짝 반전은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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