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비정상’ 경고에도 주도주는 이차전지
한국 증시를 뒤흔든 이차전지 주도 장세는 더 이어질 듯하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8조1900억 원으로, 6월 말 대비 6조39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7월 초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판 후 빼내지 않고 둔 자금인데, 최근 쌓인 자금의 상당수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이차전지 주식 투자 광풍과 관련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차전지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며 증시 거래 대금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7월 한 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일평균 거래 대금은 약 27조300억 원으로, 6월 대비 41% 늘었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주가가 장 중 153만 원을 돌파했다가 122만 원대로 급락 마감한 26일엔 코스닥 일일 거래 대금이 26조481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에코프로 그룹주에서 시작한 이차전지 투자 열풍은 유가증권시장의 포스코 그룹주로 옮겨붙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POSCO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일평균 거래 대금 합산액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 대금의 15%를 차지했다.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 모두 이차전지 투자 쏠림 현상이 극심했다는 얘기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도 늘었다. 이달 28일 기준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은 20조1000억 원으로, 6월 말 대비 7000억 원 늘었다.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돈이다.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빌려서 주식을 사는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선 그동안 이차전지에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심리에서 뒤늦게 이차전지주 투자 행렬에 합류했을 것으로 본다. 혼자 소외되지 않으려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투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테마의 주가 변동성이 극에 달했다”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차전지 테마로만 돈이 너무 쏠렸다고 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20일간 평균 거래 대금을 순위별로 분류했더니 상위 10개 중 9개가 이차전지 종목이었다고 한다. 그는 금양과 포스코DX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한국거래소도 이차전지 테마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만큼 “잠시 거래를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라”고 했다.
이차전지 중에서도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재 업체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엘앤에프 같은 양극재 기업이 이차전지 업종의 가파른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것이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이차전지주를 살 생각이 있는 투자자라면 양극재 외에 다른 배터리 소재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 나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차전지 관련 보고서에서 “특별한 펀더멘털(기초 체력)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양극재 업체의 주가 급등세는 정상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CATL·궈쉬안가오커(Gotion) 등 중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어 한국 이차전지 업종 주가에 반영됐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축소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이란 것이다. 정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양극재 업종을 벗어나 내년과 내후년 실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에 관심을 가지라며, 실리콘 음극재 기업 대주전자재료와 나노신소재, 전해질 기업 천보를 추천했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양극재 주식은 주가 과열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 있다”며 분리막 제조사 더블유씨피를 추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 분리막 기업의 북미 진출에 제약이 걸렸기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 한국 분리막 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 중으로 새 고객사와 공급 계약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주목할 이차전지 기업으로 하이니켈(니켈 함량 70~90%) 양극재 전문 기업 엘앤에프를 꼽았다. 이 연구원은 엘앤에프가 테슬라와 하이니켈 양극재 직접 납품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향후 추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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