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중대재해···정부, 公기관 관리 수위 높인다

세종=이준형 기자 2023. 7.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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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公기관 위험수준 관리시스템' 도입
347개 기관 주의, 경계 등 3단계로 나눠 관리
중대재해 발생시 재발방지계획서 제출 의무화
'경계' 기관은 안전보건공단 현장 점검 받아야
건설 현장.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신규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좀처럼 산업 재해가 줄지 않는 만큼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수위부터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새로 도입된 안전관리 등급은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리즈 4면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10일부터 ‘공공기관 위험 수준 관리 시스템’ 시범 운영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사업장의 안전 수준을 관심·주의·경계 등 3단계로 나눠 평가·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적용 대상은 전체 공공기관 347곳이다. 기재부는 올해 말까지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해당 시스템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중대 재해가 1건이라도 발생한 공공기관은 ‘주의’ 단계로 분류된다. 해당 기관은 ‘집중관리 대상’에 올라 중대 재해 재발방지계획서를 작성·제출한 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중대 재해가 2건 이상 발생한 기관은 ‘경계’ 단계로 분류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된다. 이 경우 사고별 재발방지계획서를 별도로 제출하는 것은 물론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안전보건공단의 패트롤 현장 점검 대상에도 오른다.

기재부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 수준 등급을 경영평가지표로 신설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도입된 ‘공공기관안전관리등급제’에 이어 위험 수준 관리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중대 재해 평가 체계가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경영평가 세부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발생 즉시 등급 반영

정부가 이달 10일부터 시범 운영에 돌입한 ‘공공기관 위험 수준 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중대재해 발생 즉시 해당 사안을 평가 등급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1년 ‘공공기관 안전관리 등급제’를 도입했지만 전년도 사업장 관리 현황만 평가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재부가 매년 6월 확정 짓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최소 반년 이상 지난 전년도 실적만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즉시 위험 수준 등급을 조정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안전관리 등급제의 적시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등급 조정 시점은 중대재해가 확인된 당일이나 다음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대상도 확 늘렸다. 당초 기재부는 매년 사업장 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된 공공기관을 100개 안팎으로 추려 안전관리 등급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위험 수준 관리 시스템 적용 대상은 347개 전(全) 공공기관이다. 기재부 측은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신규 체계를) 도입한 만큼 대상 기관도 확대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대재해가 1건 발생한 공공기관의 등급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돼 기재부 집중 관리 대상에 오른다. 주의 단계 기관은 기재부 요청일 기준 7일 이내에 재발 방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계획서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 해당 기관은 계획서대로 이행 과제를 추진하면 된다.

중대재해가 2건 이상 발생해 ‘경계’ 단계로 분류된 기관은 기재부 특별 관리 대상에 올라 재발 방지 계획서 제출 후 1개월 내에 전문기관의 현장 패트롤 점검을 받아야 한다. 다만 중대재해가 2건 이상 발생하지 않아도 ‘이슈 사고’가 터진 기관은 경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슈 사고는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고를 뜻한다.

“실무자 부담 커질 것” 우려도

기재부가 이 같은 시스템을 새로 도입한 것은 산업재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1년 전(828명)보다 46명 늘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최근 1년 새 산재 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5.6% 증가한 것이다.

다만 신규 시스템이 공공기관의 경영 부담을 가중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 그래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최고경영자(CEO) 처벌 등 산재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경영 평가 반영 요소까지 늘어나면 공공기관의 적극 행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만공사나 에너지 공기업 등 현장 직군이 많아 산재 위험성이 높은 공공기관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올 6월에는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2020년 인천항 갑문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로 법정구속돼 업계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신규 체계로) 행정 절차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장은 물론 경영 평가 담당 실무자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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