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임+아이돌, KCC 우승공식 이어질까?

김종수 2023. 7.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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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정통의 명가 전주 KCC는 ‘이조추(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트리오’ 시절과 ‘신강하(신명호, 강병현, 하승진)’+전태풍 시절, 두차례에 걸쳐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노련함과 다양한 테크닉, 패기와 허슬 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확연하게 달랐지만 비슷한 점도 적지않았다.


KCC가 전국적인 인기팀으로 명성을 떨쳤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창 잘나가던 시절 성적+재미를 모두 뽐냈던 부분이 크다. 성적은 나와도 다소 재미없는 농구로 인해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팀들에 비해 KCC농구는 ‘쇼타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KBL 초반 이조추는 허동택을 잇는 최고의 토종 트리오로 불렸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에 더해 언더사이즈 빅맨 조니 맥도웰까지…, 적당히 다재다능하면서 각자의 확실한 특기를 가지고있던 그들은 오랜시간동안 손발을 맞추며 환상의 호흡까지 자랑했다. 서로간 시너지효과가 상당했던 것을 비롯 클러치 상황에서 눈빛만 마주쳐도 수비가 예측하기 전에 다음 동작이 척척 나왔다.


그러다보니 리드를 당하고있어도 10여점차 정도는 삽시간에 뒤집어버리기 일쑤였다. 이상민의 손을 떠난 공은 빈공간을 찾아들어가듯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연결됐다. 골밑에는 맥도웰과 장신 외국인센터가, 외곽에는 조성원이 있었으며, 추승균은 내외곽을 오가며 연결고리 혹은 최고의 세컨 득점원으로 상대를 두렵게했다.


코트에 서있는 누구라도 위력적인 공격이 가능했으며 서로가 서로의 찬스도 잘봐주었다. 세트오펜스도 위력적이었으나 속공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맥도웰은 큰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날렵한 움직임으로 흡사 모터를 단 탱크처럼 상대 골밑 수비를 뚫어냈다. 워낙 힘이 좋은지라 첫슛이 실패해도 두 번 세 번 리바운드를 잡아 말 그대로 우겨넣었다. 맥도웰에게 온통 신경이 쓰였다싶은 순간에는 또 다른 외국인선수의 덩크슛이나 추승균의 미들슛이 터졌다.


쇼타임의 끝판왕 역할은 조성원의 몫이었다. 이상민이 공을 잡고 속공전개를 펼쳐나가면 추승균, 맥도웰 등이 함께 뛰었다. 보통 대부분 속공의 마무리는 돌파에 의해 이뤄진다. KCC는 달랐다. 뛰어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수비의 시선이 몰려있는 순간 이상민의 패스는 외곽의 조성원에게 연결됐고 ‘아차!’하는 것도 잠시 이내 고감도 3점슛이 림을 갈랐다.


그 순간 터져나오는 작전타임 부저소리는 쇼타임의 마무리를 알렸다. 충격을 받은 상대팀에서 작전타임을 부르기도하고, 다음 상황 전개를 위해 KCC 신선우 감독이 부르기도 했다.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한바탕 공세가 몰아치고나면 상대는 애써 벌려놓은 점수를 다 따라잡히기 일쑤였다. 혹은 상대가 따라잡기 힘들만큼 KCC는 저 멀리 달아나있었다.


신강하 시절에도 쇼타임은 계속됐다. 이조추 시절처럼 엄청난 테크닉과 슈팅성공률, 노련함이 돋보이지는 않았다. 하승진의 높이와 신명호, 강병현, 임재현 등 이른바 ‘들개군단’의 엄청난 에너지를 앞세워 상대와 맞섰다. 거기에 이후 혼혈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온 전태풍은 컨디션이 좋은 날은 엄청난 개인기를 폭발시키며 원맨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기도 했다.


젊고 잘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만큼 전체적으로 투박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이조추 시절에는 조성원 3점슛 이후 부저소리가 쇼타임의 마무리 혹은 1막 종료후 2막 시작을 알렸다면 이때는 하승진의 포효소리가 쇼타임의 절정이었다. KCC가 강팀으로 자리를 잡은 배경에는 가드진의 끊임없는 공수 활동량이 기본 뼈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역대 최장신 하승진(221.6cm)의 미친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기술, 활동량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지적을 받았지만 외국인선수들도 정면대결을 피할 정도의 압도적인 사이즈는 그 자체가 무기로 작용했다. 하승진이 있었기에 타포지션 선수들이 힘을 아끼지않고 뛰어나는게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KCC가 슬로우스타터로 불렸던 배경에는 하승진의 영향이 컸다, 하승진은 초반에는 쉬운 슛도 놓치고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거나 원했던 플레이가 몇 번 성공하면 신바람이 나기 시작했다. 기복이 심한데다 기분파 성향을 가지고 있던지라 한번 흥이 오르면 아무도 못막았다.


외국인선수 포함 여럿이 골밑을 지키고있어도 대놓고 치고들어가 슛을 성공시키는 등 포스트인근을 내집 안방처럼 휘저어버렸다. 그리고 체중을 실은 묵직한 덩크슛을 터트리며 힘찬 포효를 내뱉으면 KCC 관중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동기생 강병현과 콤비플레이로 공격을 성공시키고 공중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던 세레머니는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렇듯 KCC는 잘 나가던 시절 화려한 쇼타임 농구를 통해 인기몰이를 했는데 거기에 더해 전국구 아이돌로 불리는 인기 스타의 존재까지 힘을 보탰다. 1차 왕조 시절의 이상민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1990년대 농구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에도 최고 인기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것을 비롯 선수 생활 내내 인기 정상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50살이 넘은 현재까지도 팬클럽이 운영될 정도다.


이상민 만큼은 아니지만 강병현 또한 인기가 좋았다. 플레이 스타일은 궂은일 위주의 살림꾼 유형에 가까웠지만 잘생긴 얼굴에 더해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로 활약하며 ‘전주 아이돌’로 이름을 떨쳤다. 아쉽게도 2차왕조 이후 KCC는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기는했지만 역대급 장신포워드 군단으로 불리던 오리온과 자레드 설린저까지 등에 업은 최강팀 인삼공사에게 무너졌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시즌 KCC는 팬들의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있다. 허웅(30‧185cm)과 이승현(31‧197cm)에 최준용(29‧200.2cm)이 더해졌으며 송교창(27‧201.3cm) 또한 시즌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다. 정창영(35‧193cm)이 벤치에서 출격한다는 점도 든든한 요소다. 1번 포지션과 외국인선발 문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전력만으로도 조화만 잘된다면 어떤 팀과도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동력을 갖춘 장신 테크니션 송교창과 최준용은 ‘쇼타임 KCC’를 부활시킬 적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빅맨급 신장에 잘 뛰고 잘달리는 것을 비롯 볼핸들링, 패싱센스, 슛까지 다된다. 이승현과 정창영은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엄청난 에너지레벨을 자랑하는 살림꾼들이며 허웅의 외곽슛은 클러치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들이 좋은 호흡으로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킨후 팬들을 열광케하는 세레머니를 펼쳐보이는 모습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거기에 허웅은 현 리그 최고 인기스타를 넘어 역대급 아이돌로 불리고 있다. 이상민 코치의 현역시절과 비교될 정도다. ‘쇼타임+아이돌=우승’이라는 KCC 우승공식이 허웅, 이승현, 최준용, 송교창, 정창영 등에 의해서 재현될지 기대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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