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때만 불렀던 '황금별', 그 주인공 될 줄 몰랐어요"
앙상블 출신, 15년 만에 대극장 주역 처음 맡아
'언젠가 기회 올 것' 생각하며 기다리고 버텨
신영숙·김문정 음악감독 등 응원·격려 보내기도
"앙상블부터 주역까지 올라오는 흐름 더 많아지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새로운 ‘황금별’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뮤지컬배우 윤지인(36)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으로 발탁돼 무대에 올랐다. 지난 15년간 앙상블로 주로 활동해온 윤지인이 이번 ‘모차르트!’에서 처음 주요 배역을 꿰찬 것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윤지인은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격이 여전히 생생한 듯했다. “다른 뮤지컬 오디션을 볼 때 자유곡으로 늘 ‘황금별’을 불렀는데, 내가 ‘황금별’을 부르는 배역의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오디션 당시의 떨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윤지인에게도 이번 ‘모차르트!’ 출연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7년 전 ‘모차르트!’의 앙상블로 출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윤지인은 지난 4월 의상 피팅 당시 일화를 털어놨다. 마침 그날은 윤지인의 생일이었다. “앙상블 옷을 입다 남작부인 옷을 입어보니 어떠냐고 의상팀이 묻더라고요.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이날 인터뷰에서도 윤지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했지만, “너무 많이 울어서 더 울지 않을 것”이라며 금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지인은 2008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15년 동안 ‘몬테크리스토’, ‘닥터 지바고’, ‘명성황후’, ‘팬텀’, ‘젠틀맨스 가이드’ 등 대극장 뮤지컬의 앙상블 및 커버(주·조연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경우 대신 연기하는 배우)로 활약했다. 데뷔 때는 본명인 방글아로 활동했으나, 이미지 변신을 위해 2018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뮤지컬배우로 걸어온 지난 시간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배역을 맡고 싶은 법. 윤지인 또한 같은 마음이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또 버텼다. 지난해에는 뮤지컬배우를 포기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도 물이 안 나오면 다른 곳을 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김문정 음악감독도 윤지인의 빼놓을 수 없는 멘토다. 두 사람은 2008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고, 2015년 ‘명성황후’로 처음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모차르트!’에서도 배우와 음악감독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저는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감독님이 하루는 정색하고 그러셨어요. ‘너는 잘해.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마’라고요. 지난해 뮤지컬배우를 포기하려고 고민할 때도 감독님이 큰 힘이 됐어요. 감독님의 뮤지컬 콘서트 ‘온리’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거든요.”
윤지인은 자신만의 ‘황금별’을 찾아 15년 동안 묵묵히 뮤지컬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마침내 주역의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윤지인의 꿈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황금별을 찾길 원하면 그 별을 찾아 떠나야 해”라는 ‘황금별’의 울림은 윤지인을 만나 더욱 커지고 있다. 윤지인이 부르는 ‘황금별’은 오는 8월 22일까지 공연하는 ‘모차르트!’에서 만날 수 있다.
“주요 배역을 맡았다고 커튼콜 때 받는 관객의 박수가 다르게 들리는 건 아니에요. 배역 크기와 상관 없이 무대에 오래오래 서 있는 것이 꿈이에요. 그리고 저처럼 많은 배우가 앙상블과 커버, 그리고 주역까지 차근차근 올라올 수 있는 흐름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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