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현직 각료 "中 주도 일대일로 참여 결정, 즉흥적이고 참담해"

김태훈 2023. 7. 3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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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즉흥적이고 참담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즉흥적이고 참담한 결정"이라고 혹평하며 "이제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일대일로 협상에서 벗어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위급 관리들을 잇따라 로마로 보내 "오는 12월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이탈리아 정부를 설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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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세토 국방장관,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
"우리 수출 거의 안 늘어… 중국만 이익 봤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즉흥적이고 참담했다.”

이탈리아 현직 각료의 작심발언 일부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가입한 이탈리아의 탈퇴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 게티이미지 제공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사업 참여가 이탈리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서방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가입한 바 있다.

크로세토 장관은 “일대일로 참여는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수출을 증가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반면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은 증가하면서 중국이 유일한 승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즉흥적이고 참담한 결정”이라고 혹평하며 “이제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일대일로 협상에서 벗어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크로세토 장관은 “중국은 경쟁자인 동시에 파트너”라는 말로 일대일로 탈퇴가 곧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아님을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3월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당시 이탈리아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콘테 총리가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오는 12월 22일 일대일로 사업 참여의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때까지 중국에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왔다. G7 회원국 중 일대일로에 가입한 국가는 이탈리아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워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의 반대가 거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선 서방 국가들이 단합해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사업 탈퇴 등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중국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월 멜로니 총리가 처음 일대일로 탈퇴 가능성을 내비친 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며 “두 나라는 더 많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급 관리들을 잇따라 로마로 보내 “오는 12월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이탈리아 정부를 설득하는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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