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계획홍수위

김재근 선임기자 2023. 7.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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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위와 계획홍수위라는 게 있다.

하천을 개발하거나 부속물을 설치할 때 계획홍수위를 기준으로 한다.

발생빈도 100년의 계획홍수위보다 1.5m 여유 있게(높게) 쌓아야 하는데 행복청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획홍수위가 과학적 검토의 산물이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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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홍수위와 계획홍수위라는 게 있다. 홍수위는 큰 비가 내렸을 때 물을 정상적으로 최대한 저장할 수 있는 수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재난은 통상적이고 의례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계획홍수위는 이처럼 불가측성을 지닌 장마에 보다 더 강력하고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20년, 30년, 50년, 80년, 100년, 200년 발생빈도로 정하는데 대체로 지방하천은 50-80년, 국가하천은 100년 발생빈도를 적용해왔다. 하천을 개발하거나 부속물을 설치할 때 계획홍수위를 기준으로 한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불러일으킨 미호강 제방을 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행정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를 건설하기 위해 제방을 허물었다가 다시 쌓았는데 이곳으로 물이 넘치고 무너진 것이다. 발생빈도 100년의 계획홍수위보다 1.5m 여유 있게(높게) 쌓아야 하는데 행복청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호천교 교량 자체가 너무 낮게 설계됐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계획홍수위가 과학적 검토의 산물이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발생빈도 100년, 200년을 가늠할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일기예보는 일제 때인 1904년 시작됐고, 국립중앙관상대가 1948년에 설치됐다. 전국에 지방기상청과 관측소가 설치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극한호우도 골칫거리다. 극한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되는 경우를 말한다. 기상이 이변으로 이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청주 지하차도 참사와 논산천 제방 붕괴는 순식간에 쏟아진 집중호우가 원인이 됐다.

장기간 토사 준설을 중단한 것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생태계 보전을 이유로 토사를 파내지 않아 강바닥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신속하게 개선하고, 재난대응 시스템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제도와 규정을 잘 만들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무엇보다 현장이 살아 숨쉬는 대비태세를 구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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