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가계부채와 국민경제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2023. 7.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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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작년 말 기준으로 스위스, 호주에 이어 세계 주요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당연히 은행의 대출구성 변화 즉, 기업대출보다 더 큰 가계대출 비중 변화를 수반한다.

대출구성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더 커졌으며 대출행태도 증권화기법 발달로 대출의 만기보유에서 즉시매각으로 변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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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작년 말 기준으로 스위스, 호주에 이어 세계 주요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당연히 은행의 대출구성 변화 즉, 기업대출보다 더 큰 가계대출 비중 변화를 수반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그동안 주로 상환위험 증가와 그에 따른 금융불안정 위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불안정 못지않게, 국민경제 전체의 경제성장과 자산·소득불평등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오래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은 은행의 신용창조나 자금중개를 통한 신용제공이 국민경제의 혁신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혁신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생각했던 슘페터는 은행이 혁신을 금융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경제의 관리자(ephor)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스 역시 은행은 기업의 초기자금 즉 유동적 금융을 조직하고 관리함으로써 경제발전에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론적 주장은 최근까지도 은행의 대출증가로 나타나는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의 선행지표일 뿐만 아니라 원인변수라는 경험적 연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은행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선별해 그 쪽으로 자금을 흐르게 해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발전이 가난한 사람에게까지 금융접근을 확산시켜 빈곤을 줄이고 소득불평등도 완화시킨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나 증거가 어느 경우에나 항상 타당한 것은 아니다. 은행의 대출이 생산적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나 투기적 자산매입을 행하는 가계로 더 많이 향하게 되면 그러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경제성장을 억제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 30년간 선진국의 금융발전과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친 결과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자유화와 시장신뢰 강조는 기존의 신용정책을 폐기시키고, 은행의 대출구성과 대출행태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대출구성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더 커졌으며 대출행태도 증권화기법 발달로 대출의 만기보유에서 즉시매각으로 변화하였다. 이것이 더 큰 대출증가를 낳기는 했지만, 결국은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더욱이 여러 실증연구를 보면, 지나친 대출 증가(예를 들어 GDP대비 100% 이상)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지 못하며, 가계대출 증가는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해 차입자로 하여금 자본이득을 얻게 함으로써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대출을 능가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와 급속한 속도로 증가했으며, 가계대출의 내용도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1.4%에 이른다. 이 가계대출 증가는 다른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금융불안정은 물론,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자산 및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을 갖는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LTV, DSR 등 담보비율의 상향조정과 일괄 적용,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 은행에 대한 규제와 유인책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은행 대출구성에 대한 관리, 비우량대출 증권화에 대한 제한, 주택담보대출 관리 등 적극적인 신용정책이 필요하다. 적절한 신용정책은 금융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안정시키고 슘페터나 케인스가 강조한 경제성장을 돕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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