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흔들고 배상금 챙기고… 외국자본 놀이터된 '호갱민국'

이한듬 기자 2023. 7. 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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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외국자본의 그림자] ① 국내 기업에 적대적 M&A 시도… ISDS로 막대한 배상금 챙기기도

[편집자주]외국자본이 한국 기업과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불필요한 분쟁을 끊임없이 일삼아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민의 혈세 투입을 요구하거나 배상금으로 타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만 챙겨 먹튀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슈퍼 갑'으로 변질된 외국자본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경영권 흔들고 배상금 챙기고… 외국자본 놀이터된 '호갱민국'
②'외자유치' 축배가 독배로… 반복되는 외국자본 잔혹사
③외국자본의 '몽니'… 한국기업 노리는 검은 손
한국을 향한 외국계 자본의 몽니가 도를 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흔들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 제도를 악용, 막대한 배상금을 챙겨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전횡에 맞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국민의 혈세를 지키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엘리 노리는 '쉰들러' - 1300억원 챙긴 '엘리엇'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리는 대표적인 외국업체는 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다. 200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시숙부인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백기사 노릇을 자처하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한 쉰들러는 곧바로 태도를 바꿔 지난 20년간 승강기 사업 장악을 위해 적대적 M&A를 시도해왔다.

현 회장 측의 적극적인 방어로 경영권 침탈이 무산되자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사들과 맺은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9년에 걸친 공방 끝에 올해 4월 현 회장이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쉰들러에 갚는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쉰들러는 판결 6일 만에 강제집행 절차를 밟으며 현 회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현 회장이 배상금을 조기에 납부하자 쉰들러는 7월 초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일부를 매각해 주가를 떨어뜨려 혼란을 야기하는 등 끊임없이 현대그룹을 흔들고 있다.

쉰들러가 20년간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국내 승강기 신규 설치 시장이 중국,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적대적 M&A를 통해 쉰들러가 단숨에 1위로 부상할 수도 있지만 인건비 등 생산단가를 고려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경우 국내 엘리베이커 생태계 파괴, 지역 산업기반 붕괴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진행해 1300억원대의 배상 판결을 얻어낸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도 한국과 질긴 악연이 있는 외국계 투기자본이다. ISDS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추진하자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해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등을 현물배당 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합병안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됐는데 이듬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내라고 공무원들을 압박했다는 혐의가 불거졌고 2017년 2심 재판부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엘리엇은 이 같은 판결을 근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한 것이라며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약 9900억원)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ISDS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6월20일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금 690억원과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약 138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배상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납부될 수밖에 없어 혈세로 외국계 자본의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ISDS 소송 줄줄이 대기… 정부도 맞소송


문제는 엘리엇처럼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제기한 외국계 자본의 사례가 현재 여러 건 진행 중이란 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쉰들러는 투자 손해를 이유로 2018년 한국 정부에 1억9000만달러(약 2430억원) 규모의 ISDS를 신청했다. 2013~2015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이 사주 일가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는데 한국 정부가 조사·감독 의무를 게을리해 3억달러(약 383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2억달러(약 2560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이미 같은 사례로 소송을 제기한 엘리엇이 배상금 판정을 받아낸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에도 한국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란계 다국적 기업 엔텍합그룹을 소유한 다야니 가문도 한국을 상대로 ISDS를 제기해 승소한 뒤 배상금 지급이 지연되자 현재 두 번째 ISDS를 진행 중이다. 다야니 가문은 앞서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하다 실패한 뒤 계약금을 채권단에 몰취 당하자 2018년 935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고 중재재판부는 한국 정부가 7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들 사건 외에도 외자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외국계 자본과의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제기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낸 사건만 8건이다. 1건은 합의로 종료됐으나 나머지 7건은 협상에 따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엘리엇에 대한 배상 판결과 관련, 최근 중재판정부에 판정에 대한 정정·해석 신청서를 제출하고 중재지인 영국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다른 소수 주주들에 대한 압력 행사로 볼 수 없고 국민연금 역시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해당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다른 분쟁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바로 잡지 않을 경우 앞으로 한국의 공공기관과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과의 ISDS 사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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