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무색' 1억원 이상 수입차 역대 최다 판매...왜? [FN 모빌리티]

1억8000만원대인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S 580 4MATIC SUV.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금리 기조가 무색하게 올해 상반기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가 역대 상반기 기준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수입차들이 스포츠유틸리티(SUV)등 고가 라인을 국내 시장에 대거 투입한데다 각종 편의 사양 장착, 원자재값 인상분 반영 등으로 차값을 올려받았던 점이 가격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소비 수준 향상과 차를 통한 과시 욕구 강화로 고급차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1억원 이상의 수입차는 3만7239대 판매됐다. 지난해 상반기(3만4055대) 보다 9.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차 중 고가 수입차 판매 비중은 전년 상반기 대비 2.5%p증가하며,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 대수(13만689대)의 28.5%에 달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 대수가 올해 소폭 감소했는데도 1억원 이상 고가 차량 판매가 증가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포르쉐 카이엔. 뉴시스화상

고금리 여파에도, 고가 차량의 경우 '살 사람들은 다 샀다'는 얘기다. 카드사들이 연초 7%~8%를 넘어섰던 자동차 할부금리를 지난달 전후로 5%대로 낮추는 경쟁에 돌입한 것도 고차 차량 구매 장벽을 일부 낮췄다.

상반기 기준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대수는 2019년 1만1084대에서 2020년 1만9229대로 늘었다가 2021년 3만3741대로 급증하며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또 전체 수입차 중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 비중은 상반기 기준 2019년 10.1%, 2020년 15%, 2021년 22.8% 등으로 증가해 올해 30%에 육박했다. 4년 만에 비중이 거의 3배로 증가한 것이다.

BMW 뉴 7시리즈 실내에 장착된 시어터 스크린. 사진=최종근 기자

BMW 로고. 연합뉴스

수입차 업계에서는 크게 3가지 원인을 지목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세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SUV)로 전환되면서 가격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1억원 이상의 수입차 가운데 57%(2만1190대)는 친환경차였다.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1만7498대)보다 3700대 가까이 늘었으며, 고가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 증가했다. 차값 올려받기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값이 상승한데다 인포테인먼트 등 첨단 고가 장비 및 각종 안전·편의장치들을 장착하면서, 차값을 올려받았다는 것이다.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상반기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 판매량은 2066대로, 지난해 상반기 1610대에서 28.3% 늘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들의 경영진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아 구애작전을 펼친 것도 한국 초고가 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억대 초고가 수입차의 경우 한국이 아태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크다.

올해 9월부터 법인명의 차량일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미리 차를 구입해 두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억원 이상 신규 수입 법인차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비 4.7%(1086대)증가한 2만4014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