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진상조사' 시작한 민주…'김남국 위기'서 반전할까
김홍걸 의원 철저 검증…여당 '역공' 발판 될 수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가상자산을 보유한 소속 의원들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김남국 사태'로 곤욕을 치른 만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문제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여당에 대한 공세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코인 조사와 관련해 진상조사단이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며 "단장은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맡는다"고 밝혔다. 조사단에는 가상자산 관련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가상자산 보유·거래 사실을 자진 신고한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이다. 현재 조사단은 이들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자료 수집이 완료되면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고 이해충돌 여부 등 불법성이 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조사단장을 맡은 김 수석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알고 있기로 아직까진 불법적인 내용들이 없지만 언론에서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진상조사단을 통해 가상자산을 보유한 자당 의원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자진신고 사실이 밝혀진 지난 21일 이후 4일 만이다. 앞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5월5일)이 불거진 후 윤리특별위원회 제소(5월17일)까지 12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른 대응이다.
당내에선 의혹이 제기된 의원 중 김상희·전용기 의원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의정활동을 위해 100여만원대의 소액으로 시험삼아 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 횟수도 적어 이해충돌 여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투자액이 많은 편에 속하는 김홍걸 의원의 경우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상속세 충당을 위해 2021년 1억5000만원, 올해 초 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자진신고한 11명의 의원 중 거래횟수가 100회 이상이거나 누적 구매금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를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하는 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경우 소속 상임위원회가 가상자산과는 관련없는 외교통일위원회인 만큼 이해충돌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다만 시험삼아 소액을 투자한 게 아니라, 영리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점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또 현재까지 파악된 가상자산은 김 의원 본인이 자진신고한 것으로, 만약 그 외에 추가로 보유·거래한 사실이 있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진상조사 결과 소속 의원 중 가상자산 관련 위법 행위나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미 '김남국 사태'를 거친 민주당은 후폭풍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경우 자체 징계 또는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소속 의원 중 상대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김홍걸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경미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김남국 사태' 이후 몰렸던 수세에서 벗어나 여당에 대한 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자진신고한 국민의힘 의원은 권영세·김정재·유경준·이양수·이종성 의원 등 5명이다. 이 중 권영세·이양수 의원은 거래 금액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등 거래 횟수와 규모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거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권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를 요청하는 등 국민의힘에 역공을 노리는 모양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의 문제가 없어야 여당에 대한 문제 제기도 힘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진상조사단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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