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은 초격차 기회"…삼성 '역발상 투자' 상반기만 39조

김민성 기자 2023. 7. 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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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는 '반도체 혹한'으로 올 상반기 9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에 39조원를 쏟아부으며 '초격차 전략'을 이어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시설투자에 14조5000억원, R&D 투자에 7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대 규모의 R&D 투자(24조9200억원)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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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시설투자 모두 2분기 기준 최대치…경계현 "기업은 투자를 통해서만 혁신"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격적 투자, 삼성전자 '승리 방정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12.23/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005930)는 '반도체 혹한'으로 올 상반기 9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에 39조원를 쏟아부으며 '초격차 전략'을 이어갔다. 특히 2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2조3000억원)에 비해 18% 늘었다.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 경쟁 기업들이 불황에 투자를 줄이는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으로 다가올 '업턴'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시설투자에 14조5000억원, R&D 투자에 7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R&D 투자 규모는 지난 1분기(6조5800억원)에 이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설투자도 2분기 기준 최대치다.

1분기 시설투자 10조7000억원, R&D 투자 6조6000억원까지 합하면 상반기 전체 투자 규모는 39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대 규모의 R&D 투자(24조9200억원)를 단행했다. 이미 상반기에만 R&D에 약 14조원을 투자하면서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 투자(47조8717억원)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분기 메모리 감산을 선언하면서도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최근 "기업은 오직 투자를 통해서만 새로운 혁신을 상상할 수 있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과감하게 혁신하는 기업이 흐름이 바뀔 때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불황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환경은 어느 때보다 팍팍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미국 마이크론도 올해 설비 투자를 30% 이상 축소한다고 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와 인텔도 각각 12%, 19% 투자를 축소했다.

불황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건 삼성전자의 오래된 '승리 방정식'이다. 1996~1998년 D램 가격 폭락으로 반도체 시장이 재편될 때 삼성전자는 오히려 설비투자에 13조원을 투입했다. 당시 연간 영업익 2조원 수준이었던 삼성전자는 2001년 영업이익이 9조원대로 불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D램 가격이 폭락하며 비슷한 상황에 벌어질 때도 80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 설비가 주축이던 삼성전자는 50나노·40나노 투자를 늘렸다.

이 같은 '역발상 투자'는 얼어붙은 메모리 업황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 투자를 통해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R&D에 선제적 투자를 전개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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