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표에 ‘애는 누가 키우냐’ 질문… 심사위원 성인지 감수성 교육 필요” [심층기획-스타트업 유리천장]

이지민 2023. 7. 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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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갱년기는 돈 있으면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사단법인 여성스타트업 포럼의 이정희 의장이 투자설명회(IR) 현장에서 들은 남성 심사역의 발언이다.

해당 심사역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여성 갱년기를 완화하는 제품을 선보인 스타트업 대표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 대표는 당장 여성 심사위원 비율을 올리는 게 힘들다면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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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여성스타트업 포럼 대표
“여성 갱년기는 돈 있으면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사단법인 여성스타트업 포럼의 이정희 의장이 투자설명회(IR) 현장에서 들은 남성 심사역의 발언이다. 해당 심사역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여성 갱년기를 완화하는 제품을 선보인 스타트업 대표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 외에도 여성 스타트업 대표는 ‘대표님이 사업하면 집에서 애는 누가 키우냐’와 같은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이 의장은 지난 25일 밝혔다.

펨테크(여성(Femal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무지를 마주하거나 성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심사역을 볼 때마다 이 의장은 여성 심사역이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의장은 본인이 느낀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옮겼다. 2020년 행정안전부에 정부 지원 사업 평가 시 여성 평가위원을 지금보다 늘려달라고 건의했고, 행안부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안해 그해 10월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여성기업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여성 평가위원 충원을 법적 근거로 마련한 것이다.

여성스타트업 포럼은 여성 스타트업 대표 70여명과 정책 자문단, 예비 창업가 등 회원 290명을 둔 사단법인이다. 2019년 여성 스타트업 대표 10명이 모여 네트워크 행사를 했던 게 시초가 됐다. 행사를 할 때마다 조직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굳어졌고, 2021년 3월 공식 발족했다.

포럼 대표인 이 의장은 스타트업 교육, 멘토링, 투자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AC) 시드앤파트너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무역회사를 거쳐 대학교 산학협력단에 12년 몸담았던 그는 시드앤파트너스와 포럼을 이끌면서 느끼는 보람이 적지 않았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남성 대표들은 어떻게든 작은 인연도 사업 기회로 끌고 가는 반면 비교적 여성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낯설어 하는 것 같다”며 “그런 창업 초기 여성들이 포럼을 통해 시너지 기회를 찾거나 끈끈함을 느낀다고 할 때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여성 창업가들이 포럼에 오래 머무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슬아 마켓컬리 대표를 ‘여성 대표’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이 크면 자연스레 대표의 성(性)은 중요치 않게 된다”며 “3~4년 차 대표들이 잠깐 머물면서 네트워크 기회를 갖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창업 지원 사업에서 심사위원 비율이 무조건 반반이어야, 혹은 여성이 더 많아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 경우 심사위원 성별 비중에 따라 더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정희 여성스타트업포럼 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사단법인 창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올해 24회째인 국내 유일 여성 (예비)창업자 대회 ‘W-스타트업 어워즈’ 심사를 하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 대표는 최종 심사위원 5명 중 1명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이 대표를 포함해 2명의 여성 심사위원이 있었고, 예선에서는 7명 전부가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는 “여성 대표들이 마음 편히 발표하는 게 보였다”며 “대상을 받은 해낸다컴퍼니는 ‘워킹맘의 성공을 돕는 법’에 착안해 사업 아이템을 내놨는데 여성 심사위원들이 더 높은 이해도로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장 여성 심사위원 비율을 올리는 게 힘들다면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혹 심사 직전에 ‘청탁 금지’ 등을 주의하는 영상을 주최 측에서 틀어주기도 하는데 성인지 감수성 교육도 청탁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본다”며 “예컨대 ‘이런 발언은 문제가 된다’는 것만 알려줘도 여성 대표들이 차별적인 질문을 듣지 않고 부적절한 멘토링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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