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조차 기대하지 않았기에, 류현진의 복귀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7.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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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 살 노장 투수의 두 번째 토미 존 수술. 13개월 반만에 복귀할 거라 예상한 이가 누가 있을까. 심지어 그에게 급여를 주는 팀조차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좌완 류현진의 복귀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했다. 사진= 고홍석 통신원
당사자는 “첫 수술했을 때는 9개월 만에 던졌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그의 복귀는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가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블루제이스 구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처음 수술을 마쳤을 때 구단에서 18개월짜리 재활 프로토콜을 제시했다”며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사실상 류현진이 다시 이 팀에서 뛸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무리한 생각은 아니었다. 류현진의 팔꿈치 부상은 오랜 시간 팔을 사용한 결과 일어난 일이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처럼 끊어진 거면 다시 이어 붙이면 되는데 류현진은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며 구단이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같은 예상이 틀렸음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부터 구단 관계자들의 보는 시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류현진은 이후 플로리다의 더위, 고독함과 싸워가며 묵묵히 재활을 해냈다. 야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 엄격한 생활 습관으로 몸무게도 감량하며 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단계라 할 수 있는 재활 등판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4경기에서 18이닝 4실점, 3개의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3개의 볼넷을 내주는 사이 16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매 등판마다 꾸준히 패스트볼 구속을 늘리며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깨 수술 이후 재활 등판을 소화하던 2016년(8경기 27 2/3이닝 16실점 13자책)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구단에서 속도를 늦춰야 할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의 이같은 모습은 블루제이스 선수단에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류현진의 ‘절친(절친한 친구의 줄임말)’으로 알려진 알렉 매노아는 “나는 그런 수술을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듣기로 두 번째 토미 존이라고 들었다. 그처럼 해볼 것은 다 해본 삼십대 중반의 베테랑이 ‘내 생애 최고의 몸 상태’를 향해 밀고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멋지다”며 류현진의 노력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와 같은 베테랑이 그런 날카로움과 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그는 심지어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선수인데도 말이다. 그가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며 동료의 복귀를 반겼다.

존 슈나이더 감독은 “지난해 이 곳(토론토)에 복귀해 재활을 시작한 첫 날부터 공격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해왔다”며 류현진의 태도를 높이 칭찬했다.

슈나이더는 “그의 나이, 두 번째 수술인 점 등을 감안하면 그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투구에 대한 엄청난 감각, 그리고 프로 정신을 갖고 재활에 임했다. 우리는 그가 예상보다 빨리 복귀해서 기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몸 상태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등 그가 해난 모든 것들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돌아온 류현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어떤 성적을 남길까? 이에 대한 답은 승부의 여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큰 승리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토론토(캐나다)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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