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궤도 넘어 먼 우주로”…누리호 후예 만드는 차세대 로켓 개발자

송복규 기자 2023. 7.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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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장
“내년 하반기 차세대발사체 성능·형상 확정”
“나로호·누리호 유산, 차세대발사체 개발 도울 것”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장이 이달 21일 대전 항우연 본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5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굉음을 내며 하늘로 향했다. 국내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인공위성을 실은 성공적인 첫 실전 발사였다. 우주로 간 위성들은 고도 550㎞에 안착해 지구 저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누리호의 투입궤도 범위는 600~800㎞ 이하다.

한국의 자체 기술로 첫 실용위성을 올린 성공에 심취할 법도 하지만, 달과 화성으로 가야 한다는 숙제가 등장했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2년엔 달에 착륙하고, 2045년엔 화성에 가야 한다. 달·화성은 지구 저궤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38만㎞, 화성까지는 7800만㎞다. 누리호보다 3배 이상 성능이 높아진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다.

조선비즈는 이달 21일 대전 항우연 본원에서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장을 만나 차세대발사체의 청사진을 들었다. 차세대발사체 개발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 지난 시점이었다. 박 단장은 “선임되는 날부터 사업을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한 고민뿐”이라며 입을 뗐다. 우주 선진국으로 거듭날 로켓을 개발하는 책임자인 만큼 사업 초기부터 기틀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역력했다.

누리호(KSLV-Ⅱ)와 차세대 발사체(KSLV-Ⅲ) 비교./한국항공우주연구원

총 2단으로 구성될 차세대발사체는 1단에 100t급 엔진 5기가 탑재된다. 75t급 엔진 4기로 구성된 누리호 1단과 비교하면 성능이 대폭 향상되는 것이다. 특히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기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는가에 따라 차세대발사체 개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그동안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하면서 발생한 가스를 버렸다면, 다단연소사이클은 가스를 다시 연소기로 보내 한 번 더 태우는 방식이다.

박 단장은 “다단연소사이클은 가스를 다시 연소기로 보내 태워야 하기 때문에 각 부품 개발이 끝나도 시스템이 연결돼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부품 여러 개가 엮이다 보니 특정 문제가 생기면 엔진 전체가 망가질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목표 성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차세대발사체의 형상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발 기간도 넉넉지 않다. 목표는 2032년 달 착륙이지만, 첫 발사는 2030년으로 계획됐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1단계가 마무리되는 2027년까지 상세 설계를 마쳐야 한다. 설계는 기본형으로 만들어지지만, 고도화 사업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누리호와 달리 성능 개선을 염두에 둔 확장형 모델을 고려한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료도 황 성분을 제거한 케로신(등유)을 사용할 예정이다. 황은 엔진 내부에 찌꺼기를 남겨 로켓 재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 장면./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 단장은 차세대발사체 개발의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나로호와 누리호의 유산에 대해 언급했다. 2004년 항우연에 입사한 그는 나로호 상단 궤적 설계와 누리호 시스템 엔지니어링 체계 수립, 누리호 체계종합기업 역할 설계를 맡아 한국 로켓 개발현장을 줄곧 지켜왔다.

박 단장은 “나로호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사 운용을 배웠고, 누리호는 우리 스스로가 부딪히면서 자체 로켓을 만든 경험”이라며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있지만, 처음 누리호를 시작할 때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선 로켓을 기반으로 채세대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일정 부분 습득되는 부분이 있으면 또 좋은 엔지니어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앞에 닥친 일은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 조직 구성과 체계종합기업 선정이다.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와 달리 체계종합기업과 함께 개발에 나선다. 항우연은 내달 중으로 공모를 시작해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을 관리할 사업단 규모는 10명 내외로 꾸려질 전망이다. 사업단의 의뢰에 따라 항우연 발사체 연구소의 각 연구부가 개발을 진행한다.

박 단장은 로켓이 날아가는 15분 정도의 시간이 10년의 고생을 보상해준다고 말했다. 10년 장기 투자와도 같아 인고의 시간이 길지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얻는 게 많다는 의미다. 이전 로켓들이 그랬듯 차세대발사체가 한국 우주 개발사에서 의미 있는 발사체로 기억되는 게 박 단장의 꿈이다.

그는 “차세대발사체는 한국의 메인 발사체를 만드는 사업”이라며 “적절한 비용과 높은 효용성으로 한국 우주 발전에 기억되는 발사체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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