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지속” vs “다시 하락”… 집값 향방에 쏠리는 눈
작년, 외환위기 후 최대 하락… “대세 상승 불가”
전국을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하면서 이 흐름이 지속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약 흥행, 매매 거래량 회복 등에 힘입어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이른바 ‘바닥론’에 무게가 실린다.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반면 최근의 아파트값 반등을 일시적인 상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2020~2021년 대비 여전히 금리가 높은 데다, 연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연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것 또한 집값의 대세 상승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 ‘바닥 인식’으로 매수세 붙어 상승… 지방은 아직”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전국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하반기 매수세가 더욱 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해 2주 연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지방은 하락 폭이 줄었다.
특히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인 서울 압구정 등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성1차 전용면적 153㎡는 지난달 22일 기존 최고가(31억8000만원)에서 12억2000만원 상승한 44억원에 매매됐다. 한양4차 전용면적 208㎡는 지난달 27일 이전 최고가인 52억7000만원에서 11억3000만원 오른 64억원에 손바뀜했다. 한양5차 전용 115㎡ 역시 지난달 27일 이전 최고가(31억2000만원)에서 8억3000만원 상승한 3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반기 서울 집값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반기에 비해 상승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는 금리 향방 때문에 예측이 힘들었으나 하반기는 그보다 훨씬 시장 전망이 쉬운 편”이라면서 “서울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상승 전환은 이미 됐으니 이 추세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면서 “하반기는 지금까지보다 속도가 더 빠를 거다”라고 관측했다.
상승 이유에 대해서는 금리 향방과 거래량, 전세 가격 등 요인을 들었다. 고 대표는 “더 이상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운 미국 추이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더 올리기는 쉽지 않고, 금리가 이 상태로 간다면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한다”면서 “동시에 통화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곧 대출이 늘어난다는 뜻이므로 역시 우상향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고, 1~6월까지 거래량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라는 인식을 가진 매수자들이 본격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세 가격도 반등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역전세에 대비해 한시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 등을 보면 역전세만 없다면 더욱 많이 상승할 것”이라면서 “전셋값이 오르면 갭이 줄고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도 매수에 나서 매수세가 붙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건설사들도 분양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생각보다 물량도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지방 시장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대표는 “지방은 하반기에도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지방은 일자리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미분양 물량도 아직 많다”고 했다. 이 대표도 “지방이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면서 “지방 시장이 살아나려면 법인이든 임대사업자든 다주택자 규제가 풀려야 하는데 이번 세법 개정안에도 빠지는 등 사실상 당장 규제가 풀릴 기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高금리·低성장, 대세상승 어렵다… ‘급락쇼크’ 반작용”
최근의 집값 반등 흐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해 워낙 집값이 급락해 그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연간 22.43%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10.21%)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이른바 ‘깡통전세’마저 속출하자, 매매에 나선 세입자들과 저가에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이 통계상 집값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실거래가는 실상 급락장 직후인 올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사후에 반영되는 통계의 특성상 최근에 두드러진 상승세로 나타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외환위기 후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떨어졌다”면서 “5%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서울은 27% 넘게 실질 집값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들이 집값 급등기에 추격 매수에 나섰던 상황까지 감안하면 지금 대세상승을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도 반등세가 지속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달 기준 연 3.5%로 역대 최저 였던 2020년 0.5%에 비하면 3%포인트(p) 높다. 초저금리였던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4~5%대를 넘나든다. 한은이 집계하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26%로 집계됐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급락장을 유발한 가장 큰 원인은 금리로,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집을 구매할 수가 없는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전히 금리 수준이 낮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전국적으로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연말 미국의 추가금리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미 연준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22년 만의 최고치인 연 5.25~5.50%로 올라갔다. 연준은 지난달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연말 금리를 5.5~5.75%로 전망한 바 있어 연내 추가 인상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현재 2.00%p에서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과 자금유출 압박 등이 가해질 경우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 역시 연이어 상승할 수 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의 유동성 조치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것으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는 없다”라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도 오르고 있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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