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M&A 사모펀드 운용사 3곳 참여… 본입찰 참여가 관건

허지윤 기자 2023. 7.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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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다자보험, 보유 지분 100% 매각 나서
JC플라워·파운틴헤드PE·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참여
“기업 가치 평가 등 본입찰까지 변수 많아”
서울 여의도 ABL생명 사옥.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각에 나선 ABL생명 인수전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3곳이 참여하면서 본입찰까지 완주할지 주목된다. 인수합병(M&A)시장 특성상 변수가 많은 데다, ABL생명의 기업 가치 평가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 등을 고려할 때 넘어야 할 산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C플라워,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 운용사 3곳이 ABL생명 예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다자보험그룹은 법률자문사로 김앤장을 선임한 데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며 ABL생명 매각 작업 페달을 밟고 있다.

ABL생명 매각의 관건은 ‘M&A 참여자들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갖고 본입찰까지 참여하느냐’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구속력이 없는 ‘예비입찰’ 단계까지 참여했다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신생 사모펀드운용사의 경우 예비 입찰을 통해 실사 기회를 얻고 시장에 회사 이름을 알릴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M&A시장에서는 실제 매수 의지는 없지만 경쟁사를 견제하고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가격 경쟁을 고의로 부추기려는 목적 등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인수 의지가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ABL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파운틴헤드PE는 올해 1월 설립된 회사로, 앞서 KDB생명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노틱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됐으며, 금융업종 인수 진행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JC플라워는 1998년 설립된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로, 2015년 KT캐피탈과 두산캐피탈, 2016년 HK저축은행 등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바 있다.

인수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금융사를 인수하려면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데, 사모펀드 운용사로선 부담이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참여가 제한되며 인수가 좌초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전략적으로 금융사와 손을 잡고 입찰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ABL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3개사 중에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하나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이 보험사 인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쳐 왔는데, 이번 ABL생명 인수전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늘고 있는 데다, 다른 매물에 비해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하면 ABL생명의 자본 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자본 확충 부담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ABL생명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163.6%로, 총 13개 보험사의 평균 K-ICS비율(202.9%) 대비 낮게 나타났다. 신지급여력제도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경과조치 전 비율’은 111.4%로, 이도 13개 보험사의 평균치(121.9%)를 밑돌았다.

ABL생명의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자기자본은 9162억원으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줄었다. 이 회사의 총자산수익률(ROA)은 0.13%로 업계 평균치(0.38%)보다 낮은 수준이고, 지난해에는 289억원 규모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ABL생명은 1954년 제일생명보험으로 창립된 이후, 1999년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편입돼 2002년에 사명을 ‘알리안츠생명보험’으로 바뀌었다가 2016년 대주주 변경으로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편입돼 2017년 ‘ABL생명보험’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중국안방보험그룹이 해체되고 경영권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다자보험그룹으로 재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다자보험그룹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다자보험그룹의 매각을 위한 체질 개선 목적으로 국내 ABL생명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다른 생명보험사 매물에 비해 가격 등 입찰 조건이 매력적일 수 있다”면서 “다만 원매자들의 인수 의지가 약하다면 인수까지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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