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가 국제 무역에 미칠 영향 [정인교의 경제돋보기]

2023. 7.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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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바이든 행정부의 고강도 수출 통제, 새로운 국제 통상 제도 모색할 것

[경제 돋보기]

지난 주 월요일부터 일본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중국 등 타깃 국가로 극자외선(EUV)과 식각 장치(에칭 장치) 장비 제작에 필요한 부품·설비·소프트웨어 등을 수출하기 위해선 경제산업성(METI)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제 수준의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유럽연합(EU)·한국·대만 등 42개 국가·지역에 대한 수출은 신속 절차가 적용된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초강력 수출 통제 제도를 도입했고 수출 통제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 동맹국들도 자국의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청해 왔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양산할 수 있지만 미국은 고강도 수출 통제가 미·중 간 반도체 기술 격차를 확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 없이는 오늘날 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일본 총수입의 약 30%가 반도체 제조 장비였다.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수출 통제는 2019년 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작됐다. 당시에는 중국의 대표 첨단 기업인 화웨이에 집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 등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동했다. 타깃 국가의 특정 산업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인 경제 분리(디커플링)가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고강도 수출 통제 제도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세계 주요국(G7) 정상회의에서는 디리스킹(탈위험)을 대중국 정책 기조로 채택한 이후 미·중은 상대국에 대한 자극을 삼가하면서 대화 체널을 재개하는 등 위험 관리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반도체 사용을 금지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발동했지만 지난해 정찰 풍선 사건 이후 급랭됐던 미·중 관계는 최근 미 고위층의 중국 방문으로 다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지난 6월 중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5월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했다. 7월 중순에는 미국 외교의 전설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대표적 친중파인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972년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양국 간 국교 수립의 핵심 인물이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미·중 관계 형성 기대감이 나오기도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 초대 대표에 발탁된 캐서린 타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동의하지만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중국이 무역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출 통제를 통해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는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약화를 전제로 디리스킹을 채택했다. 이미 미국은 수출 통제를 대중국 견제의 핵심 장치로 확정한 상태에서 G7 정상회의를 통해 자국의 수출 통제 제도의 국제화를 성사시킨 셈이다. 따라서 디리스킹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고위급의 중국 방문 역시 디리스킹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 본격적인 미·중 화해 시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수출 통제 제도의 진화와 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G7 정상회의 직후 미국·호주·뉴질랜드·영국·캐나다 등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은 수출 통제 제도를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수출 통제의 국제적 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출 통제 제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제 통상 체제를 모색하고 있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제 통상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만 지불하면 됐지만 정글 속의 통상 환경으로 악화된 현시점에는 고강도 수출 통제 제도를 국제 통상 규범으로 인식하고 이행해야만 국제 무역이 가능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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