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안 올라 전전긍긍하던 나라셀라, 무증카드로 VC 탈출구 열었다
현재 주가, 투자가격·공모가보다 낮아 자금회수는 아직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주류 수입 업체 나라셀라가 100% 무상증자를 실시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상장 전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들의 보호예수 해제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무상증자 카드를 통해 이들의 탈출구를 열어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VC가 가진 지분이 상당한 규모라, 이들이 출구전략에 나설 경우 유통 물량이 늘어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나라셀라는 지난 25일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8월 9일로, 3일 전까지 주식을 갖고 있으면 오는 29일 한 주씩 더 받을 수 있다.
무상증자 결정이 발표되자 주가는 상승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올라 상한가로 직행했고, 다음 거래일에도 장중 최고 7%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로는 상승 폭을 반납하며 28일 기준 1만5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나라셀라 공모가(2만원)와 비교하면, 아직 25% 낮은 수준이다.
무상증자는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꼽힌다. 자본총계가 변하지 않고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지만, 무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회사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다. 무증 규모에 따라 주가도 조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싸다는 착시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나라셀라가 주가 부양책을 꺼낸 시점을 두고 VC의 자금회수를 위한 길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라셀라의 2대 주주는 에이벤처스로, 지분 22.04%를 갖고 있다. 에이벤처스는 지난해 6월 프리 IPO에서 에이벤처스 FIRST 투자조합을 통해 254억원, 스마트A온택트투자조합에서 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매입 가격은 주당 2만1000~2만2000원 수준이다. 투자금이 공모가보다 높았다.
에이벤처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대부분은 상장 후 1개월간 팔 수 없도록 보호예수가 설정됐다. 상장 직후 지분 5.03%에 대한 매각이 가능했고, 1개월 후에는 12.34%에 대해서도 보호예수가 해제됐다. 나머지 지분은 3개월(3.47%), 6개월(1.74%) 후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한 주도 팔지 않았다.
상장 이후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아 이들의 자금회수가 지연된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상장 후 거래량이 적어 유통주식 수를 늘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에이벤처스는 장기적 파트너이며, 투자한 가격이 2만원 이상이어서 아직 지분 매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도 당장 투자금 회수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에이벤처스가 당장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곳도 아니고, 공모가보다 올라도 IRR(내부수익률)로 보면 한참 못 미친다”며 “회사마다 매도 전략은 다르겠지만 주가 관리,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도 보호예수가 풀린다고 해서 바로 매물을 내놓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를수록 오버행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주가가 오를 때 프리IPO를 통해 주주로 합류한 VC들이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나라셀라 최대주주는 나라로지스틱스 외 7인(52.21%), 에이벤처스 외 2인(22.04%)로 구성됐다.
한편 나라셀라는 상장 이후 공식적인 증권사 보고서가 나온 바 없다. 상장 전 IPO 리포트가 있을 뿐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전 낸 기업보고서에서 “와인 수입, 유통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반 수입 사업과 달리 양질의 브랜드 확보를 위해서는 와이너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시장이 성장할수록 상위사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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