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드래곤볼 모으듯 했는데… 정작 ‘화룡점정’이 미국 간다? 두산도 날벼락 맞나

김태우 기자 2023.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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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현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보유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문동주는 평균 150km 이상을 던지는 몇 안 되는 선발 자원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한화가 한동안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암흑기에 빠졌다는 증거는 여러 지표에서 발견된다.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마운드에서도 평균 구속의 하락이 도드라졌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한화 투수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2.1㎞로 리그 9위였다. 물론 이 수치는 외국인 선수들의 지분도 크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빠른 선수가 별로 없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부터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스피드업’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에도 리그 8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시속 143.8㎞로 리그 평균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직 갈 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화는 이제 리그 어떤 팀도 무시하지 못할 ‘강속구 군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드래곤볼’ 모이듯이 모였다. 2022년 1차 지명자인 문동주, 2023년 전체 1순위 지명자인 김서현은 대표적인 상징이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순위표를 보면 한화 투수들의 ‘스피드업’ 약진은 도드라진다. 올해 100구 이상을 던진 선수를 기준으로, 포심 및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는 김서현으로 154.9㎞에 이르렀다. 3위가 문동주(153.3㎞)다. 문동주는 안우진(키움‧153.5㎞)에 이어 선발 투수로는 전체 2위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강속구를 던졌던 두 선수 외에도 박상원(149.3㎞), 김범수(149.1㎞), 산체스(148.7㎞), 한승혁(148.2㎞), 남지민(148.1㎞), 페냐(147.6㎞)까지 총 8명이 ‘TOP 30’ 안에 포함되어 있다. 리그에 10개 팀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1군과 2군에서 모두 지켜본 최원호 한화 감독은 “그런 애들을 많이 수집한 게 첫 번째다. 드래프트도 그렇고, 트레이드도 그렇고, 방출한 선수를 데려오는 과정도 구속이 좋은 애들을 많이 수집했다. 그런 영향이 크다”면서 “그것(구속 향상)은 무에서 유로 안 된다. 130㎞ 던지는 투수를 150㎞로 만들지는 못한다”면서 일관되게 이어진 팀의 방향성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 장현석은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1순위 지명이 확실시된다 ⓒ곽혜미 기자
▲ 장현석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이어 “어찌됐든 우리 신체가 20대 중반까지는 아무 일도 안 해도 근력이 상승하는 연령이라 20대 중반까지는 구속의 상승 여지가 있다”면서 “문동주도 그렇고, 김서현도 그렇다. 만약에 어떤 부상 이슈가 없다면 그렇다”면서 현재 팀이 기대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은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 한화의 로드맵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름이 바로 마산용마고 우완 장현석이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 확실시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팀이 바로 한화다. 역시 건장한 체격에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특급 유망주다. 문동주, 그리고 김서현에 이어 장현석까지 품에 안는다면 한화의 리빌딩 로드맵 또한 완성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유망주들의 조합이다. 장현석이 ‘화룡점정’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화 유니폼을 입을지는 불분명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끝난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장현석을 관찰하기 위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러시는 그에 대한 뜨거운 평가를 대변한다. 선수도 일단 에이전시를 선임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하게 결정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7월 혹은 적어도 드래프트 전까지는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현석은 여러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갈수록 “장현석이 메이저리그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 2~3달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갈 것”, “KBO 드래프트에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반반이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전자로 기운 상태다. 한 구단 단장은 “우리는 장현석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다고 보고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할 정도다.

장현석의 드래프트 참가 여부는 상위 순번 팀들의 지명 전략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한화는 역시 잠재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 장현석과 ‘TOP 2’로 뽑히는 장충고 좌완 황준서라는 대안이 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으로 잠재력을 놓고 보면 지난해 드래프트 좌완 최대어였던 윤영철(KIA)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현석이라는 초대형 선수가 아쉽지만, 좌완 선발이 마땅치 않은 한화로서는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선수다.

반대로 장현석이 한화에 가야 황준서를 품에 안을 수 있는 2순위 두산의 머리는 복잡할 수 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패스트볼의 구위만 놓고 보면 심준석(피츠버그)이 장현석보다 나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커맨드 등을 봤을 때 장현석의 현시점 완성도가 더 높다는 의견도 있다. 황준서는 장현석에 비하면 미완성 쪽에 가깝지만 몸이 좋아지면 무서워질 선수”라면서 “다만 장현석 황준서와 그 다음 순번 선수들은 약간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현석이 곧 자신의 진로를 밝힐 예정인 가운데 그렇다면 각 구단의 지명 전략이 어떻게 변할지도 흥미롭다.

▲ 장현석이 미국에 간다면 황준서는 1순위 지명이 확실시된다 ⓒ곽혜미 기자
▲ 장현석 황준서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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